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마지막 회담 제의에 대해 북한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3.8.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북한이 우리 정부의 마지막 실무회담 제의에 대해 3일 엿새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벌써 일주일 가까이 우리측 제의에 답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현재 남측의 제의를 받을것인가 말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개성공단 폐쇄 이후의 상황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명의로 북측에 마지막 남북회담을 제의한지 엿새째인 3일은 주말인 관계로 남북 간 판문점 연락채널이 가동되지 않는다.

북측은 꼭 판문점 채널 뿐만 아니라 북측의 각종 매체를 통해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수도 있지만, 북측은 이날까지 최근 일주일여 동안 개성공단과 관련한 어떠한 기사나 논평도 내보내고 있지 않다.

당초에는 북한이 우리측 제의를 수용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관측이 높았다.

그러나 남북 간 입장 차가 있을 때마다 각종 매체를 통해 남측에 이러저런 메시지를 던지거나 남측을 비난하면서 상황에 대처해왔던 전례에 비춰 최근의 침묵은 이례적으로 길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때문에 이는 북한이 우리측 제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기 보다 이미 공단의 완전 폐쇄를 염두에 두고 그 책임을 남측에 확실하게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남측의 제의를 받아들여 다시 회담을 열어도 개성공단 사태의 책임이 북측에 있고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남측의 태도는 확실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점은 북측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

남측은 북측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사실상 공단 폐쇄 조치를 뜻하는 '중대결심'이 불가피함을 밝혀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추가 회담은 북측 입장에선 재발방지와 관련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공단 폐쇄를 위한 명분을 남측에 제공해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다고 북측이 나서서 남측의 회담 제의를 공식적으로 거절할 필요성은 더더욱 없다고 봐야 한다.

북측이 남측의 회담제의를 공식 거절하는 경우 공단 폐쇄에 대한 책임이 대화를 거부한 북측에 돌아갈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공단 사태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게 북측의 최종 판단이라면, 현 상황에선 침묵하고 있는 것이 공단폐쇄의 책임을 피해가는 '상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홍연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화에 나와봐야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북측이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화에 나서는 것이 북측 입장에선 남측에 공단 폐쇄 명분을 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또 "이미 통일부와 개성공단 입주기업 간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놔두면서 우리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본다면,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부담이 되레 우리 정부에게 돌아올 가능성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사실상 공단 폐쇄 조치를 의미하는 '중대결심'을 공언했다.

북측의 침묵 속에서 공단 폐쇄 조치를 단행하는 경우 나중에 북측이 남측이 직접 공단 문을 닫은 것이란 주장을 할 수 있는 빌미를 북측에 제공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71%가 북한이 명확히 사태재발방지에 대해 명확히 약속하지 않으면 공단사업을 재개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폐쇄 조치에 따른 당장의 국내 여론 악화를 우려할 단계는 아닐 수도 있지만, 정부도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마중물'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해온 차원에서 보면 북한의 최종 입장 없이 폐쇄 조치를 내리는 것은 정부로서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개성공단이 발전적 정상화 단계로 가야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북한이 언제까지 우리측 제의를 무시하고 있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북측이 조만간 대답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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