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기자 =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결렬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마련된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방법은 떠오르지 않고, 문을 닫고 이대로 쓰러져야 하나…. 밤새 뒤척였습니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머릿 속이 백지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6차 실무회담이 열린 전날 오전만 해도 비대위 사무실엔 '웃음'이 감돌았다고 했다.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냐며 긍정적인 생각만 했는데, 최악의 상태로 회담이 끝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기약 없이 끝난 회담에 속이 타 잠도 이루지 못했단다. 옥 부회장은 "엄동설한에 길거리에 버려진 느낌"이라며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0년 전 우수 중소업체 중에서도 또 한번의 경쟁을 뚫고 남북 통일 '최후보루'인 개성공단에 입성했는데 '이렇게 비참하게 마지막을 고해야 하나…'.

옥 부회장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단다. 수십년 간 기업을 이끌어오면서 적자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지난달 상반기 실적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정도란다. 설사 정상화 된다해도 회복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9일 공단에 들어가 원부자재·완제품들을 반출했지만, 제품을 받아주는 거래처는 없었다. 그는 "판매시기를 놓쳐 제품을 못받아준다고 했다"며 "이젠 보관비용마저 부담"이라고 말했다.


조성봉 기자=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통일부를 항의 방문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과 김남식(오른쪽) 통일부 차관이 면담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무려 6차례 이어진 실무회담에서 '재발방지'만이라도 해결할 수 없었나 싶어 안타깝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입주기업 대표 10여명과 함께 오전에 무작정 통일부를 찾아 김남식 통일부 차관,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과 1시간 동안 대화했지만 뚜렷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오후에 다시 연락을 취하자'는 구두 약속만 받은 채 비대위 사무실로 돌아왔다.

"통일부가 말한 '중대결심'이 뭔지, 지금 사태가 '폐쇄'를 의미하는 건지, 우리 기업을 위해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민주당 전순옥 의원도 비대위 사무실에서 열린 긴급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 앞서 정 전 장관은 "위로를 드리러 왔다"며 "한달 새 기업인들의 얼굴이 많이 상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민족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며 "입주기업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에는 재발방지를, 우리 정부에는 일방통행식 협상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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