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측 합의서 1항 재발방지에 "군사적 행위 말라" 요구
南측 "韓·美 군사훈련땐 언제라도 가동중단한다는 것"

개성공단 정상화 회의 파국… 北 시종일관 책임 떠넘기기
정부, 공단 폐쇄까지 각오한듯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금까지 여섯 차례 열린 남북 간 실무회담에서 초지일관 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을 남측에 돌렸으며 이것이 회담을 좌초시킨 결정적 원인이 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이번 회담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된 부분은 합의서 1조, 재발 방지 부분"이라며 "여기에서 입장 차가 컸다"고 말했다.

◇北 "가동 중단은 南 책임"

북측이 이날 공개한 합의서 초안과 수정안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5일 3차 실무회담 당시 합의서 초안 1항에 '그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업지구의 정상 운영에 저해를 주는 정치적·군사적 행위를 일절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남측의 정치적·군사적 행위 때문이었다는 주장이다.


북한 측 관계자들이 25일 열린 제6차 개성공단 남북당국 실무회담 결렬 직후 우리 정부와 아무런 상의 없이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 마련된 남측 기자실에서 결렬 책임을 남측에 돌리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자,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기웅 수석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추궁을 했고 북측이 볼 때 언제라도 유사한 행동(예컨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이 있게 된다면 유사한 조치(가동중단)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북측은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은 명확히 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받아들일 때는 (언제라도 개성공단을 가동 중단시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4차 실무회담에서 북한은 문제의 표현을 일부 수정했다. '남측은 개성공업지구의 안정적 운영에 저해되는 일체의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북측은 이상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개성공업지구의 정상적 운영을 담보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25일 6차 실무회담에서 제시한 문안도 거의 비슷했다.



여전히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근본적 책임을 남측에 돌리면서, 남측의 언론 보도가 거슬리거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벌어질 경우 언제든 개성공단에 손을 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기웅 대표는 "이 글은 누가 봐도 또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는 (합의)할 수가 없다"며 "누가 봐도 '출입 차단이나 근로자 철수 같은 문제는 없겠구나' 하고 인식할 수 있는 글이 돼야지…"라고 했다.

◇중대 결심 뭘까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오늘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과로 개성공단의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한다"며 "북한이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선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중대한 결심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통일부 주변에선 "사실상 공단 완전 폐쇄를 시사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23일째이던 지난 4월 25일에도 북한에 실무회담을 제안하면서 "내일(26일) 오전까지 입장을 주지 않으면 중대한 조치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었다. 실제 북한이 호응하지 않자 정부는 다음 날 123개 입주기업 근로자들에 대한 전원 귀환 조치를 취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된 상황에서 '중대한 결심'은 완전 폐쇄밖에 없다"고 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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