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영 언니하고 국철 오빠 너무 보고 싶어요.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

28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통일탁구 참가차 입북하는 전 국가대표 에이스 박해정(27·삼성생명)은 요즘 밤잠을 설친다. 91년 일본 치바 세계선수권대회에 남북단일 코리아팀의 일원으로 참가, 우승을 차지한 지 9년 만의 일. 한가족처럼 지냈던 북한의 ‘언니 오빠’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당시 박해정은 익산 이일여고를 갓 졸업한 대표팀 막내로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김국철(30)은 당시 박해정의 혼합복식 파트너. 예상 외로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라서 옆에서 보기에도 조마조마했다고 한다. 김국철은 5년 전쯤 대표팀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국철 오빠가 막내였던 나를 제일 귀여워했다”고 말했다.

여자 복식 파트너였던 김혜영(30)과는 자매처럼 지냈다. 감시원 몰래 김혜영의 방으로 숨어들어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선하다. 북한 유도선수 출신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근황을 알 길이 없다.

박해정은 21일 “혜영 언니가 경기장으로 찾아오면 전달하겠다”며 머리핀 선물을 준비했다. 그녀는 “혜영 언니와 국철 오빠 모두 만날 기약은 없지만 꼭 경기장을 찾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삼성생명은 북한 모란봉 탁구팀과 남녀 단복식, 혼합복식 등 모두 5경기를 치를 예정. 북한 에이스 김현희와 단식 한 경기를 치를 박해정은 “그간 운동량이 적어서 현희를 당해낼지 모르겠다”며 “좀 살살 쳐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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