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을 다녀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공단에 두고 온 기계와 설비들의 상태가 안 좋아 점검과 수리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사진은 개성공단 내 물자 반출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지나는 입주기업 차량들. /조선DB


최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장기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시름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북한이 완제품과 원·부자재 등을 반출하기 위한 방북을 허용하면서 공단에 남겨뒀던 일부 물자를 가지고 나오게 돼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공단 내 생산기계의 상태가 좋지 못해 가동 중단이 길어질 경우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입주기업들은 남북 양 측의 실무회담이 시작된 이후 이렇다 할 논평을 내놓지 않은 채 회담 결과를 지켜보고 있지만, 회담이 길어질수록 생산 중단에 따른 피해가 눈덩이처럼 쌓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7일 완제품, 원·부자재 반출을 위해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공단에 방치해 둔 기계·설비가 심하게 녹이 슬어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 빨리 녹을 제거하고 기계를 수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공단 정상화가 이뤄져도 제대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할 것 같았다"며 "전체적인 공단 환경은 양호한 듯 보였지만, 내부 설비들의 상태는 안 좋은 곳이 많았다"고 전했다.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개성공단 내 공장들 중 일부는 천장에 물이 새는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부터 시작된 장마로 공장 안에 물이 스며들면서 많은 기계들이 녹슬었다는 것이다. 여름의 습한 날씨도 기계들의 상태를 악화시키는데 영향을 미쳤다.

다른 입주기업 관계자는 "생산기계는 매일같이 기름칠하고 관리를 하지 않으면 금세 상태가 불량해지고 제대로 가동하기 어려워진다"며 "기계·설비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기술인력들이라도 재차 방북을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옥성석 부회장(나인모드 대표)은 "공단을 다녀온 입주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작업장 내 기계·설비 상태가 안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회담이 장기화 될 경우 정부와 북한 측에 기계·설비를 점검, 관리할 수 있는 인력들의 방북과 상주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은 또 생산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섬유·봉제업종 기업의 한 관계자는 "여름에 본격적으로 겨울옷을 생산해 납품해야 매출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데 공단의 가동 중단으로 사실상 겨울 매출은 물 건너 갔다"며 "올해 안에 공단이 재가동되지 못하면 내년 봄 이후 납품할 옷도 만들 수 없어 1년 매출을 그대로 날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양 측의 회담이 장기화되면서 그 동안 회담 결과를 지켜보던 일부 기업은 다시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성석 부회장은 "해외 이전을 추진했던 기업들이 회담 시작 이후 다시 기다려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지만, 최근 다시 해외 이전 쪽을 모색하는 것 같다"며 "회담이 계속 늘어지면서 손실액이 커져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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