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상화 논의를 위한 남북 당국간 4차 실무회담이 17일 개성공단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남북 양측의 수석대표간 냉랭한 분위기와는 달리 대표단 지원인력간엔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경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한 우리측 대표단과 취재진은 정해진 절차대로 북측의 통관절차를 밟았다.

통관 요원들은 대체로 밝은 표정으로 우리측 대표단을 맞이하며 별다른 지적 없이 통관을 진행하고, 줄이 길어지자 막아놨던 다른 통관 게이트를 열어주며 "이쪽으로 오라"고 안내하는 등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

통관을 지켜보던 북측 연락관들은 우리 취재진에 "오늘은 남측에서 여기자들이 많이 와서 회담 결과가 좋겠다"거나 "여성 중진 기자들이 와서 성과가 나오겠다, 이분들을 찾으면 되겠구만"이라며 먼저 말을 걸어오는 등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또 다른 북측 연락관이 담배를 펴 연기가 우리 취재진쪽으로 넘어오자 "여성동지들 있는데 연기가 넘어온다"며 제지하기도 했다.

지난 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렸던 1차 실무회담 당시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에게 우리 취재진이 질문을 하자 북측 연락관이 "어디 감히 승인도 안받고 질문을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북측 협상 대표단 3명 중 한명인 원용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책임부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이날 우리측의 통관을 나와서 지켜보다가 북측 연락관들이 농담을 건네자 빙긋이 웃기도 했다.

반면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과 북측 박 부총국장은 여전히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김 단장은 회담장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 우리측 대표단을 마중나온 박 부총국장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건넸으나 박 부총국장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악수만 나눴다.

양측 회담 대표 6명은 각기 담담한 얼굴로 인사말은 일체 나누지 않으며 악수만 교환한 채 회담장으로 들어섰다.

지난 3차 회담 전 포토세션에서 악수를 나누지 않았던 두 수석대표는 이날도 별다른 움직임 없이 회담장에 착석했다.

이에 취재진이 "두분 악수 하시는것이 어떠냐"고 요청하자 두 수석대표는 마지못한 듯 무뚝뚝한 얼굴로 악수를 교환했다.

두 수석대표는 지난 3차 회담에서 날씨를 두고 모두발언을 주고 받은데 이어 이날도 날씨를 화두로 삼아 기싸움 섞인 대화를 시작했다.

박 부총국장이 "날씨 괜찮은데...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까"라고 말하자 김 단장은 "비가 오다 그쳤을 때 고쳐야 할 걸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강을 해서 비바람이 또 쳐도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이에 박 부총국장이 "안개까지 걷히면 먼 산의 정점이 보일것"이라고 말하자 김 단장은 "좋은 말씀이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는 이후 비공개 회의로 전환된 뒤 회담장을 나서는 우리 취재진에 "오늘은 악수를 했으니 이제 뭔가 있는 것이냐"며 관심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 북측 연락관은 우리 취재진에 "남측 기자들과 이야기를 좀 나눠도 되겠느냐"며 먼저 접근해오는 등 회담장 밖의 분위기는 여전히 팽팽한 회담장 안 기류와는 다르게 연출됐다.

한편 우리 취재진은 회담장에 대기하던 북측 관계자에게 "지난 3차 회담에서 박 부총국장이 언급한 '한철 장(場)'의 정확한 의미가 뭐냐"고 물었지만 이 관계자는 이에 "우리는 그런 표현이 없다"고 답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취재진이 재차 "혹시 쇠로 된 막대기라는 뜻의 '철장'을 쓴 것이냐"고 물어도 이 관계자는 고개를 저은채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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