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 17일 4차 회담 갖기로]

우리 정부 "급할 것 없다" 기업활동 국제 기준 요구
北, 대표단 1명 전격 교체 "무조건 재가동" 되풀이 주장… 정전협정일까지 시간 끌 듯


15일 열린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3차 실무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 양측은 오는 17일 4차 회담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당분간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측 팽팽한 기 싸움

이날 회담은 양측의 팽팽한 기 싸움으로 시작됐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등 대표단 3명은 오전 8시 56분쯤 회담장인 개성공단 내 종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김 단장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북측 수석대표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에게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지만 박 부총국장은 아무 말 않고 악수만 했다.

북측은 회담 시작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쯤 대표단 중 한 명을 교체한다고 우리 측에 통보했다. 1·2차 회담 때 참여했던 허영호 평양법률사무소장을 빼고 '정치 협상 전문가'로 알려진 황충성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참사를 넣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측이 수석대표를 교체한 데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풀이됐다.


15일 오후 북한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남북 3차 실무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기웅(오른쪽)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과 북측 수석대표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차 회의는 오전 10시 8분쯤 시작됐다. 사진기자들을 위한 '포토세션'이 열렸지만 양측 대표단은 악수를 나누지 않았다. 남북 수석대표는 모두 발언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우리 측 김 단장이 "저희 쪽도 비가 많이 왔고, 이쪽도 많이 왔다"고 말을 꺼내자 박 부총국장은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내리는 비도 오늘 회담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고 했다.

◇南 합의서 제시, 北은 거부

남측은 미리 작성해간 합의서 초안을 제시했으나 북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측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북측의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을 왕래하는 우리 측 인원의 신변 안전과 기업들의 투자 자산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들을 완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또 '개성공단에 입주하는 우리 기업과 외국 기업'을 언급하면서 "국제적 수준의 기업 활동을 보장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김정은 '모독' 보도가 공단 폐쇄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조건 없는 재가동'을 요구했다.

양측은 이날 전체회의와 수석대표 접촉 각 2차례씩 총 4차례의 협상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北 '전승절'까지 시간 끌듯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시간 끌기'를 통해 회담 장기화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른바 '전승절(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까지는 한쪽에 '대화 마당'을 펼쳐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전승절' 행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치른다는 계획이다. 평양 미림비행장에서는 조선 인민군 1만명이 참가하는 퍼레이드 연습이 한창이다. 해외 사절단과 언론도 대거 초청해 놓은 상태다. 이때까지는 북한이 남북 대화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의 책임 인정,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공단 국제화 등 발전적 정상화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단순히 '재가동을 위한 재가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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