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3차 실무회담이 아무 합의문 없이 이날 오후 5시 7분 종료됐다.
이날 실무회담에서 양측은 시작부터 팽팽한 기(氣) 싸움을 벌였다.

이날 오전 8시56분쯤. 3차 회담부터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나선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회담 장소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입구에서 얼굴을 맞댔다. 김 단장이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으나 박 부총국장은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양측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이어 오전 10시8분 첫 전체회의에서 양측 수석대표 사이에는 또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벌어졌다. 양측은 회의 시작 후 언론에 공개되는 사진촬영과 약 5분간의 모두 발언순서에서 으레 나누는 악수조차 생략한 채 수일째 내린 집중호우를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김기웅 단장이 수일째 "저희쪽(남쪽)도 비가 많이 왔고, 이쪽(북쪽)도 많이 왔다"고 말을 꺼내자 북측 박철수 부총국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며 "내리는 비도 오늘 회담결과에 따라 여러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맞대꾸했다. 그는 "공업지구 회담 결과가 큰 기여를 한다면 비가 미래의 축복이 될 수 있고, 아니면 한철 장(장터로 발전하지 못하는 일회성의 장을 의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 총부국장이 자신의 말만 한뒤 "자리정리 합시다"라며 비공개 회담으로 들어가려하자, 김 단장이 "비가 온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고 치고 들어갔다.

김 단장은 "상황이 쉽지 않지만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대한 믿음을 갖고 남북대표가 노력하면 놓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박 총부국장은 "공업지구를 잘해보자는 개념으로 이해하겠다. 다른 말 없습니까. 자리정돈합시다"라며 비공개 회담으로 들어갔다.

전체회의 비공개 회담에서 양측은 지난 1·2차 회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우리측은 북측의 일방적 공단 가동 중단 조치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과 재발방지 보장을 지적하고, 개성공단을 왕래하는 우리 측 인원의 신변안전과 기업들의 투자자산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완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신·통행·통관 등 3통문제 개선을 겨냥해 우리기업과 외국기업에 대한 국제적 수준의 기업활동 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공단 재가동에 대한 우리측의 의지를 문제 삼으며, 조속히 공단을 복구·가동시켜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오전 10시8분부터 11시30분까지 열린 오전 전체회의 후 양측은 각각 별도의 오찬을 가진 뒤 오후에 수석대표 접촉 등을 이어가며 회의를 했으나 팽팽한 대립끝에 첫날 회의를 마쳤다.

이번 회담은 원론적 입장에 머문 지난 1·2차 회담과 달리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가깝다. 통일부가 국장급 인사를 전격 실시해 이례적으로 회담 중간에 수석대표를 교체한 것도 3차 회담부터가 본게임 시작이라는 판단에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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