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회담'中에 금강산·이산가족도 제의… 정부도 놀라]

北, 공단폐쇄 책임은 인정않고 무조건 '개성 재가동' 주장… '우리민족끼리' 특별대우 요구


10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운데 북한이 이와는 별도로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을 추가로 제의하는 등 파상적인 '대화 공세'를 펴고 있다.

중국과 국제사회의 대화 요구를 이행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2010년 천안함 폭침(爆沈) 이후 우리 정부가 유지해 온 '5·24 제재'의 해제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 동시다발적 회담 제안

북한은 이날 오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별도로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당국 간 실무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개성공단 회담에만 집중하던 정부 당국자들은 북측의 제안에 다소 놀랐다는 분위기였다.


'개성' 정상화 위한 악수 - 개성공단 실무회담의 남측 대표인 서호(오른쪽)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과 북측 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10일 개성공단에서 회담을 마친 뒤 악수하면서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는 일단 이산가족 상봉 회담 제의에 대해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은 "일단 개성에 집중하자"는 이유로 회담을 거부했다. 정부는 관광객 박왕자씨 사살(射殺)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는 상황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전방위 대화 공세는 우선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은 한목소리로 남북 관계 개선을 선행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북한의 대화 공세는 '우리가 좀 더 전향적으로 남북 관계에 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 및 국제사회에 알리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북 교역과 투자를 금지한 '5·24 조치'를 무력화시켜 경제적 실리를 얻으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북측 요구대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경우 천안함 폭침 이후 3년간 유지돼온 5·24 조치가 사실상 해제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이 집권 시 약속한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해 남측에서 경제 지원을 얻어내려는 속셈도 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모두 원점으로 돌리는 한편 새 정부에 대한 '길들이기'와 '남남 갈등' 유발 시도라는 관측도 있다.

◇북, 개성공단 책임 인정 안 해

하지만 북한은 이날 개성공단 정상화 회담에서도 끝내 자신들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북측에 공단 폐쇄에 대한 책임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정상화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북측은 이를 모두 거부하면서 '무조건 재가동'을 주장했다. 북측은 "개성공단 근로자 5만3000명이 그대로 대기하고 있다"면서 "설비 점검이 마무리되는 대로 곧바로 재가동을 시작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근로자와 그 가족 20여만명의 생계와 연간 8000만~9000만달러에 달하는 외화벌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그러나 우리 측의 '국제 규범 준수' 요구에는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우면서 여전히 특별 대우를 요구했다.

정부는 시급한 현안이었던 공장 내 설비 점검과 물자 반출은 이미 합의가 이뤄진 만큼 "급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재가동을 하려면 국제 규범에 맞는 공단 운영이 담보되는 등 '발전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언론사 논설실장 간담회에서 "(개성공단은) 재가동을 하자고 하지만 지난번에 (북측이) 느닷없이 그냥 (근로자) 철수를 해버리고, 또 우리 기업들도 쫓겨나다시피 나왔다"며 "이렇게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재가동만 서두르고 이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조선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