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둘러본 기업들 소감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2차 실무회담의 우리 측 대표단 40명은 10일 오전 9시쯤 통관을 마치고 개성공단에 들어섰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23개사 중에서 기계·전자·금속업종 59개사 관계자도 동행했다.

공단 내 신호등과 편의점·주유소·기업 사무실 등의 전등은 모두 꺼져 있었다.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보도블록과 야외 휴게소 등에는 잡초가 10~20㎝ 정도 자라 있었고, 북측 노동자 3~4명이 잡초를 뽑고 있었다.


98일만에 열린 개성 길 -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을 태운 차량들이 이날 도라산 출입국 사무소를 지나 개성공단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98일 만에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 이날 오후 돌아왔다. /이덕훈 기자


당초 오전 10시에 회담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통신 문제로 오전 10시 35분이 돼서야 첫 전체회의가 열렸다. 간단한 인사말을 나눈 뒤 서호 단장은 "남과 북이 합의하고 준수하는 게 신뢰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오늘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서 좋은 의견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철수 단장은 "비가 많이 오는데 기업 설비 자재 상황 걱정이 크다"며 '조기 정상화'에 무게를 뒀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오전 전체회의는 25분 만인 낮 12시쯤 끝났다.

오후 회담은 2시부터 2시 40분까지 수석대표 접촉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발전적 정상화'를 주장하는 우리 측과 '조기 정상화'를 주장하는 양측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오후 5시 40분 끝났다. 3차 회담은 15일 같은 장소에서 다시 열기로 했다.

개성공단 출입이 중단된 후 98일 만에 현지 공장을 둘러본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공장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공장에 외부인이 침입하거나 원부자재·완제품이 도난당한 흔적이 없었다"면서 "설비·장비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업체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입주기업 관계자는 "설비·장비가 외관상으로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실제로 가동해 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방북한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낮 12시쯤 공단 내 종합지원센터에 모여 도시락을 먹으며 현장을 둘러본 소감을 주고받았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북측 인사가 '북측 노동자 5만3000명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재가동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면서 "북한이 재가동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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