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기업 80%가 赤字 혹은 순이익 1억원 이하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북 간 실무협상이 재개된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한 이후 “개성공단은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노무현(盧武鉉) 정부 당시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동영(鄭東泳) 민주당 상임고문은 5월 24일 “개성공단 입주업체 123개 모두 흑자 났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의 말은 사실일까.

최근 《월간조선》은 작년 10월 통일부의 용역 의뢰를 받아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작성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경영·투자환경 개선방안〉이란 문건을 입수했다. 아직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216쪽 분량의 문건엔 개성공단 입주기업 경영 실태가 자세히 기술돼 있다.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에 따르면 2013년 2월 기준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총 123개. 이 중 119곳이 조사 대상이었다. 실태조사 시점은 2012년 5월이다. 실태 파악이 어렵거나, 조사를 거부한 업체는 4곳이었다. 실태 조사 중 재무 부문은 118개사(社)의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2009년, 2010년, 2011년 등 3개년의 성과를 분석했다.

문건에 따르면 현지 법인들의 2009년 평균 매출과 영업손익은 각각 9억원, -1억5700만원이다. 2009년까지 개성공단에 입주한 118개사에 이 수치를 대입하면, 당시 개성공단 총매출은 1062억원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총영업손실은 185억2600만원이 된다. 영업손익률이 -17%인 셈이다.


개성공단 내의 신발공장.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 대부분은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엔 평균 매출액이 11억3200만원으로 늘었지만, 5500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한마디로 123개사가 1년간 일한 결과가 67억6500만원을 밑지는 것이었단 얘기다. 같은 시기 개성공단의 영업손익률은 -4.9%였지만, 〈2010년 중소기업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시 국내 중소제조업체의 영업손익률은 5.61%다.

2011년엔 평균 매출이 14억7600만원으로 증가했다. 평균 영업이익금은 5600만원, 백분율로 환산하면 3.8%다. 〈2011년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5.44%를 기록했다.

문건에 따르면 매출 규모별 영업이익률은 ▲ 5억원 이하 -24% ▲ 6~10억원은 -13.9% ▲11~20억원 3.8% ▲ 21~30억원 9.3% ▲ 31억원 이상 13.6% 등을 보였다.

업체별로 구분하면 2011년 영업손실을 낸 회사는 총 52곳이다. 이는 조사대상 업체 118개사의 44%에 달한다. 바꿔 말하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절반가량이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매출액 ‘1억원 이하’, ‘1~3억원 이하’ 기업은 각각 24개, 25개사로 전체의 42%를 차지한다. 즉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86%에 달하는 업체의 영업이익이 연간 3억원 이하였다는 얘기다.

설사 영업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기업의 성패(成敗)는 결국 ‘당기순이익’ 발생 여부에 달렸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평균 당기순이익은 ▲ 2009년 -2억7200만원 ▲ 2010년 -1억3400만원 ▲ 2011년 -1400만원이다.

순이익 규모별 분포는 ▲ 적자 59개(50%) ▲ 1억원 이하 33개(27.9%) ▲ 3억원 이하 16개(13.6%) ▲ 5억원 이하 3개(2.5%) ▲ 5억원 이상 7개(2%) 등이다. 개성공단 입주사의 약 80%가 적자를 보거나, 1억원 미만의 순이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업종별 순이익 증감 추이 분석’에 따르면 흑자(黑字)를 지속하는 업체는 15개사(16.5%)다. 적자를 지속하는 기업은 37개사(35.2%)다.

개성 현지법인들의 평균 자산은 2011년을 기준으로 33억9000만원이다. 평균 부채는 26억3100만원, 자기자본은 7억5900만원이다. 이에 따라 2011년 개성공단 입주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46.7%가 된다. 같은 시기 국내 기업 부채비율은 개성공단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국세청에 법인세 신고자료를 제출한 국내 기업 43만629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1년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52.7%였다.

문건에 따르면 업종별 부채비율은 ▲ 섬유·봉제·의복 501.5%(국내 평균 169.4%) ▲ 가죽·가방·신발 232.6%(163.4%) ▲ 화학·고무·플라스틱 115.9%(153.5%) ▲ 기계·금속 1575.4%(158.2%) ▲ 전기·전자 183.5%(139.9%) ▲ 잡화 316.7%(172.6%) 등이다. ‘화학’을 제외한 모든 부문이 국내 평균을 초과하는 셈이다.

부채비율을 매출 규모에 따라 분류하면, 매출 10억원 이하 업체에서 자본잠식이 발생한 곳이 27개(23%)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301%를 넘는 업체도 35개사로,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2011년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자기자본비율 평균값은 22%, 국내 기업은 39.6%였다.

통일부 문건에 의하면 개성공단은 기업활동을 하기에도 그리 좋은 곳은 아니다. ‘북한의 기업 활동 간섭’에 대해 ▲ 매우 심함 4개사(4%) ▲ 심함 33개사(32.6%) 등 약 40%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북한의 경영 간섭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대상 기업 117개 업체에 ‘북한 근로자 인사 결정력’을 설문한 결과, ▲ 높음 8개사(6.8%) ▲ 보통 10개사(8.6%) ▲ 낮음 99개사(84.6%) 등의 응답 분포를 보였다. 이는 대다수의 개성 입주사가 자사 근로자를 마음대로 고용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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