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성 중국 저장(浙江)대학 도시발전관리학과 교수


중국의 개혁·개방은 마오쩌둥 사망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을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파가 마오의 후계자 화궈펑(華國鋒) 세력과의 권력 투쟁에서 승리했기에 가능했다. 덩샤오핑은 개혁 조치에 트집 잡는 세력에게 "향후 백 년간 개혁·개방 정책에 대해 성이 자본주의 '자'씨인지, 사회주의 '사'씨인지에 대해서는 토론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심지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부유한 사회주의다. 가난한 사회주의는 필요 없다"고까지 말했다. 중국의 경제특구는 이런 배경과 기초 위에 설치되고 운영되었다.

반면 북한은 중국과 같은 '전면적 개혁·개방' 의지를 발표한 적이 없다. 개성공단을 포함한 북한의 특구는 파탄 난 경제 상황에서 정권 유지와 핵개발 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북한 특구에는 (중국 특구와 같은) 정책 실험과 경험 축적을 통해 개혁·개방을 특구 밖으로 확대해 간다는 구상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

북한 당국자들도 중국의 개혁·개방의 역사와 배경, 성과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김정일을 포함해 수많은 간부가 중국의 선전 경제특구와 상하이 푸둥지구 등을 둘러보고 돌아갔다. 그러나 저들은 지금까지도 '전면적 개혁·개방'을 주저하고 있다. 저들은 불안해 보인다. 3대째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과 그 측근들이 흰소리와 공갈 협박, 그리고 핵개발에 집착하는 것도 불안함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의 특구가 중국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험성이나 한계에 대해 굳이 꼬치꼬치 따져보지 않았다. 통일을 지향하는 큰 그림을 이야기하면서 가능한 한 낙관적인 시나리오만 그리고 그렇게 믿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제 금강산관광지구에 이어 개성공단까지 잠정 폐쇄되어 버렸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짚으면서 가되 불안해하는 북한 당국이 '전면적 개혁·개방' 결심을 할 수 있도록 포용할 수 있는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 특히 북한의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개혁·개방 결단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중국에서도 극좌 사상의 폐단이 극에 달했던 문화혁명 10년 동란 기간에 오히려 개혁·개방 동력이 축적되었음을 알아야 한다.

우선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 등 이미 돈이 들어간 북한 영토 내 특구에 대해선 '남북한 공동 관리 강화' 방안 등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보장받아야 한다. 동시에 서해 연안의 단둥이나 신의주, 동해 연안의 훈춘이나 나선지구 등 북·중 접경지역에 한·중·북 3국이 공동 설치, 운영하는 '삼각특구'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릴 것을 제안한다.

최근 중국의 동부 연해지구 내에서도 베이징~톈진 축을 중심으로 하고, 랴오닝 중남부 연해지구와 산둥성을 포함하는 환발해지구의 발전 추세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신의주~남포와 해주~개성으로 이어지는 북한 서해안 지역의 입지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에 우선 노동집약형 산업단지를 건설 운영하고, 단계적으로 자동차·IT·소프트웨어 산업단지를 조성해 우리 수도권 및 서해안 지역과 연계시키고, 중국의 환발해지구와 함께 남북한과 중국이 공동 발전할 수 있는 '대(大)서해경제권'을 조성할 수 있다. 이 '삼각 블루오션'을 실현하기 위한 그림과 추진 전략을 구체화하면서 북한의 전면적 개혁·개방 결심을 끌어내야 한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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