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언어생활은 우리의 사고까지 지배한다. 이렇게 간단한 단어마저 혼동을 일으킨 데는 조상 대대로 써온 한자를 마치 외국어처럼 못 쓰게 하는 '한글 전용' 어문 정책도 단단히 한몫했다. 우리 어휘 중에는 동음이의(同音異義)어가 많게는 20개가 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어도 독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의사(義士)'를 "무슨 과(科) 의사(醫師)냐"고 묻거나, 의사(義士)와 열사(烈士)도 구분 못 하는 고학력자가 양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더구나 오랜 세월 조상이 남긴 기록을 이해하려면 한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우리의 국자(國字)가 한글과 한자임을 새삼 인식하고,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이 어려서부터 조화롭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