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을 '북침(北侵)'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70%나 되었다는 사실은 기성세대에겐 충격이었다. 학교에서 대체 어떻게 가르쳤기에 이렇게 답했을까? 그런데 알고 보니 학생들이 '북침'이라는 어휘를 '북한이 남한을 침략'한 말로 잘못 알고 있었다니 아연실색(啞然失色)하지 않을 수 없다. 한자어에는 문법상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 오는 혼동(混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쓰는 어휘의 약 70%가 한자(漢字)어인데 초등학교부터 한자를 가르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심각한 문제다. 문법상 남침의 남(南)은 방향을 나타내는 부사로 앞에 북(北)이라는 주어가 생략되었고 침(侵)이 술어(述語)로서 "북한이 남쪽으로 침략을 한 전쟁"이 분명하여 '북의 남침'을 완전하게 줄인 문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국방부도 '북한의 남침'으로 용어 정리를 하기로 했다.

이렇듯 언어생활은 우리의 사고까지 지배한다. 이렇게 간단한 단어마저 혼동을 일으킨 데는 조상 대대로 써온 한자를 마치 외국어처럼 못 쓰게 하는 '한글 전용' 어문 정책도 단단히 한몫했다. 우리 어휘 중에는 동음이의(同音異義)어가 많게는 20개가 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책을 읽어도 독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의사(義士)'를 "무슨 과(科) 의사(醫師)냐"고 묻거나, 의사(義士)와 열사(烈士)도 구분 못 하는 고학력자가 양산되고 있는 현실이다. 더구나 오랜 세월 조상이 남긴 기록을 이해하려면 한글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우리의 국자(國字)가 한글과 한자임을 새삼 인식하고,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이 어려서부터 조화롭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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