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콕에서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남북 외무장관 회담은 남·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외교협력을 시작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27일부터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 장관급 회담과 함께 남북 화해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남북외무장관회담의 의제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6월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국제적으로 협력할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남북 장관급회담이 6·15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실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남북외무장관 회담은 이를 돕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상호 협력할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정빈(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은 백남순(백남순) 북한 외무상에게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북한 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 또, 북한의 경제난 타개를 위해 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IBRD) 등 국제경제기구 가입도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1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남북한 재외공관의 협력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남북 외무장관이 자연스럽게 양자회담을 갖고, 주요 사안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무장관회담은 그러나 각 국가를 대표하는 회담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사실상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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