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전화로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한·미·중 공조 방안 등을 협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 참석차 북아일랜드로 향하던 중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북한이 미·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지 하루 만이다. 미국은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북이 먼저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줄 조치를 취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이어 미·북 대화를 제의한 배경에는 중국이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북한을 두둔하지 않고 한·미와 보조를 함께하며 북한의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 변화가 깔려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에게 "중국 입장은 아주 명확하다. 한반도 비핵화는 시대의 대세(大勢)다"라며 북한이 북핵 관련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시 주석은 이어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북한으로서는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새로운 대응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미(5월 7일), 미·중(6월 7~8일) 정상회담에 이어 2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한·중 정상회담은 한·미·중 3국 북핵 공조의 기본 틀을 완성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외교적 압박과 대화로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중국의 적극적 역할에 실낱같은 가능성이 있다.

한·중은 현재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하게 될 '한·중 미래비전'의 핵심 내용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1992년 수교(修交) 후 21년간 한·중 교역은 매년 100억달러 이상씩 늘어왔지만 두 나라의 정치·외교·군사적 협력은 경제 분야의 진전 속도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중국이 북한을 한·미 동맹에 맞서는 지정학적 자산(資産)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판단이 과연 바뀔 것인지, 바뀐다면 언제 어느 방향으로 바뀔 것인지가 한·중 관계는 물론이고 한반도 정세에 질적 변화를 불러올 최대 변수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訪中)을 한반도의 미래를 높은 차원에서 멀리 내다보는 한·중 정상 간 대화를 통해 북한 문제를 다뤄나갈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경제·역사 분야의 개별 현안 역시 이 틀 속에서 다룰 일이다. 북한 핵은 다가오는 박근혜·시진핑 회담을 고비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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