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봅시다"
최성홍 외교부 장관이 7일 장관실을 예방한 허버드 주한미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완중기자 wjjoo@chosun.com

“정부는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이 7일, 미국과 본격적인 대북정책 조율에 나서겠다며 밝힌 우리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본격적인 대미설득 외교에 나설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재외공관장 회의차 일시 귀국했던 양성철 주미대사가 회의가 끝나기도 전인 이날 일정을 앞당겨 워싱턴으로 떠났고, 대미 담당 외교라인은 다시 한번 미국과의 외교 채널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9일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연설이 있은 후 미국과의 입장 조율보다는 심각한 국내적 갈등에 힘을 소진해 왔다. 부시 연설 직후인 지난 1일 한·미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긴 했지만 진화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치 잘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인상마저 주는 미측 고위 인사들의 연일 계속된 대북 강경 발언 속에 한·미 간의 외교적 노력이 묻혀버리는 듯한 느낌마저 줬던 것이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어제(6일)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지금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동맹관계’라고 지적하면서, ‘반미(반미)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언급한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언급은 우리 정부가 오는 19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 방한에 앞서 대미 설득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부시 대통령 방한까지 남은 기간 미측과의 접촉에서 강조할 대목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이다. 김 대통령도 “(북한) 핵이나 미사일 문제와 같은 것은 (미·북 간) 반드시 대화로 해결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미사일의 경우, 과거 북한은 수출을 하지 않는 대가로 연간 수억달러의 현금 지급을 요구했었다. 부시 행정부는 자칫하면 나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는 그런 류의 합의에 동의할 뜻이 없다.

결국 지난달부터 한·미 실무진들 사이에서 협의해 온 미·북 협상의 ‘도로지도(로드맵·road map)’를 부활시키는 게 중요하다. 외교부의 당국자는 “한·미 간에 협의되던 대북 협상 로드맵이 미측의 태도가 강경해지면서 최근 많이 경화되고, 또 일부 분야에서는 방향을 잃기도 했다”며 “다시 한번 미측에 ‘신축적인(flexible)’ 대북 대화 자세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방한 행사 중 터져 나올 수 있는 돌출 사건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언론 접촉이나 공개행사에서 ‘악의 축’과 같은 발언을 되풀이하는 것을 최고 악몽의 시나리오로 여기고 있다.

미측에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힘든 요구이지만,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한 진지함을 보여주는 방향에서 방한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실무 협상을 진행중이다./박두식기자 d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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