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단절의 장기화로 정치·외교적 측면은 물론 경제?사회문화적 측면 등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초래됐다. 북한은 세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 감행에 이어 2010년에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일으켰다. 경제 교류도 금강산?개성관광과 일반교역 중단으로 크게 위축되었다. 정치·경제적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산가족 상봉도 중단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1만850명 대면 상봉과 3750명의 화상 상봉이 이루어졌으나, 이명박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은 2009∼10년 2차례에 1770여명만 성사되었다. 남북협력기금 집행률도 10% 이하로 부진했다. 특히 민간의 인도적 지원 마저 정치?군사적 문제와 연계함으로써 ‘북한 인민들의 마음 얻기’ 효과가 상실됐으며 남남 갈등도 초래됐다.

이명박 정부 시기의 남북 긴장 장기화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 해소 및 새로운 남북관계 구축이 가장 시급한 국정과제로 부상하였다. 한반도의 긴장 고조에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로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대화와 교류협력의 필요성이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반도 공동체의 상생·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비교 우위를 토대로 상호 경제 협력을 확대 심화시켜 ‘한반도 경제 공동체’를 실현해야 한다. 지속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정경분리와 민관분리, 상업적 거래와 인도적 지원 분리 등의 3대 기본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첫째로, 정경(政經)분리 원칙은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현안이 경제 교류 협력의 중단 요인이 되지 않도록 분리 접근한다는 것이다. 정치·군사적 긴장이 있더라도 민간의 경제 교류는 계속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대만은 정치적 긴장 속에서도 정경분리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안경제협정(ECFA)과 ‘화폐 청산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사실상의 경제통합을 추진하였다.

둘째로, 민관(民官)분리 원칙은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을 통해 당국간 회담의 중단 속에서도 민간 교류는 지속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남북간 협력을 위한 공식적 대화에 주력하는 한편 민간은 이를 직간접으로 지원할 수 있는 ‘수면하 대화 채널’을 가동할 수 있도록 민간의 대북 협력 기능을 살려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로, 상혜(商惠) 분리 원칙은 상호 신뢰 유지 차원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상업적 거래와 순수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남북 관계가 악화되어 공식적이며 상업적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상황에서도 북한 주민들을 위한 순수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은 지속되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중단되었던 정치·경제 교류 활동을 재개 내지 복원하고, 남북 평화 정착과 한반도 경제 공동체 실현을 위한 기본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첫째로, 정치적 신뢰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기존에 합의되었던 정례적인 당국간 회담 재개 등 기존 당국간 합의에 대한 남북간 공감대 형성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미·중·러·일 등 관련 당사국들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로, 남북한 경제 협력 체제 공고화가 필요하다. 잠정 중단된 개성공단과 개성관광 사업 복원 등이 시급하다. 또 주변국들과 국제기구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하는 한편 북한 고위층 경제 관료에 대한 시장경제 교육을 통해 우리의 개발 노하우를 전수해야 한다. 제철 및 정유 등 북한의 기간산업 개발과 전력, 철도·도로, 항만 등 인프라 구축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중단되었던 단천 지역 개발은 물론 북한의 개발 유망 광종에 대한 남북한 공동 개발을 통해 광물자원 개발 협력 강화해야 한다. 한편 DMZ 생태관광 공동 개발과 대북 조림 탄소 배출권(CDM) 사업, 남북한 농업 협력, 남북 기상 협력 강화 등 ‘그린 데탕트’ 실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로, 사회·문화 통합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적극 활용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추진이 필요하다. 영유아 및 임산부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물론, 의약품 공동 개발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 국제 체육대회 남북 단일팀 및 공동 응원단 구성 추진(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 7월 광주 U-대회,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등)도 필요하다. 또한, 남북 문화재 공동 발굴을 통한 UNESCO 문화 유산 등록 추진도 상생의 사회·문화 통합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넷째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남북교류협력은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라는 ‘평화적’ 편익과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 제고라는 ‘경제적’ 편익을 제공하며, 통일비용 절감을 위한 경제적 사전 분산 투자라는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중국과 대만 양국은 최근 ‘양안경제협정(ECFA)'과 ’화폐 청산 양해각서‘를 통해 사실상의 경제통합을 이룩하였다. 중국과 대만은 정치?군사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을 우선시하는 양국의 일치된 견해로 경제교류를 넘어 경제통합 시대에 안착하였다. 2010년 6월 양안경제협정(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이하 ECFA)을 체결한 전후로 양국 간 경제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12년 8월 대만 중앙은행과 중국이 ‘화폐 청산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사실상의 경제통합 시대로 진입하였다. 중국과 대만은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정치·군사적 긴장 상황에서도 인적·경제 교류는 꾸준히 지속 확대하였다. 정치?군사적 긴장과 위기 속에서도 장기간의 경제교류를 지속하였다. 1995~96년 대만해협 미사일 위기로 인한 긴장시기에도 수출입액은 1994년의 165억 달러 보다 많은 200~220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2002년 중국의 대만해협 미사일 배치 강화로 2003년 교류 인원이 일시 감소하였으나, 2004년 다시 예년 수준으로 회복한 후 꾸준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현재의 남북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선일보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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