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30일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북한의 요구를 눈곱만큼이라도 들어주는 것으로 정상화된 개성공단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분과위원 합동회의 특강에서 "소위 저들의 최고 존엄 모독과 우리 국방장관 발언에 대해 사죄하라는 북한의 요구에 눈곱만큼이라도 응한다면 남북관계는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류 장관은 "(북한의 요구에 응해)그렇게 만들어진 개성공단은 남북이 '마중물'로 끌고나가 이를 기반으로 남북관계를 꽃피울 수 있는 경협의 장소가 아니다"라면서 "저희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우리 측 대화 제의에 맞서 우리 언론사의 ‘북한 최고존엄 모독에 대한 사과'와 '김관진 국방장관 발언에 대한 사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류 장관은 아울러 개성공단의 우리 측 인원 전원 귀환 조치의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류 장관은 "북한의 조치가 부당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하루빨리 뒤로 물리라고 요구했고 이것이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자를 귀환시킨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사태를 갖고 북한의 버릇을 고치겠다던가 북을 응징한다거나 벌칙을 부과하겠다는 생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감정적으로 대응 조치를 취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북한이 저지른 부당한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북한이 그것을 깨닫고 뒤로 물리면 그 자체만으로도 개성공단은 바로 정상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장관은 또 "우리가 제안한 회담과 대화제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는 원칙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장관은 개성공단 통행 제한과 근로자 철수, 우리측 실무자 회담 제의 거부 등 북한의 최근 행동들에 대해 "우연의 일치인지,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쫓아다니면서 재를 뿌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공교롭게도 개성공단과 대북정책 관련해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개성공단 파행과 관련한 조치를 하나씩 하나씩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대해 "개성공단에 대한 조치는 거둬들이고 과거와 같은 진부하고 상투적인 행태를 바꿔야 한다"며 "북한이 계속 그렇게 하면 중국 지방정부 등을 비롯해 어느 누가 경제협력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류 장관은 이어 "개성공단은 많은 기업이 투자하고 싶고 안전한 곳, 한반도 평화를 상징으로 자리 잡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남북 간 신뢰가 쌓이고 비핵화가 진전되면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도 가동하겠다"면서 "북한은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 대한민국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것을 북한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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