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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비화..2008년8월 임동원 국정원장실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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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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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생산라인이 중단된 북한 개성공단 전경.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을 지낸 김은성(金銀星)씨가 개성공단 추진 비화를 <<월간조선>> 5월호를 통해 공개했다.

당시 김씨는 국정원 대공(對共)정책실장,국내담당 2차장(2000년 4월~2001년 11월)을 맡을 정도로 김대중 정부 하(下) 국정원 실세였다. 그러나 그는 북한 정보에 대해서는 차단돼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차장은 2000년 6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몇몇 대학에서 발생한 인공기 게양 사건과 재독(在獨) 종북학자 송두율(宋斗律) 수사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고, 특히 국가보안법 개폐에 강력히 반대해 당시 청와대와 상반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은성씨에 따르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현대 고위관계자들이 평양을 방문, 김정일(金正日) 등 북한 최고위층을 만나 개성공단 건설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협의했다고 한다. 김 전 차장은 개성공단과 관련해 “정상회담이 끝난 후 갑자기 개성공단 건설이 주요 이슈가 됐고 이에 대해 당시 국정원 주요 간부는 대부분 반대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임동원씨는 현대 측과 함께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해나갔다. 임동원 국정원장실에는 개성지역의 상세지도까지 걸려있었다고 한다.

김은성 차장은 “국정원 주요 간부들이 개성공단 건설과 관련해 국가 안보 측면에서 부정적 입장을 보였으나 당시 국민의 정부 차원에서 이를 추진해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은성 전 차장의 말이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서도 현대 고위 관계자들이 북한을 이웃집 드나들 듯했습니다. 당시 나는 대공정책실장, 외사방첩국장에게 ‘당국에 허락을 받고 가는지, 북에 가서는 무슨 일 하고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두 차례의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를 지낸 임동원 대북특사(왼쪽 두번째)는 2002년 4월 4일 개성공단 건설을 포함한 남북경협을 위해 방북, 김정일과 회담을 가졌다.


그 무렵 김은성 차장은 현대그룹이 자금난에 빠진 사실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개성공단을 만든다는 얘기를 들을 무렵 현대건설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돼 가고 있었어요. 안 되겠다 싶어 현대 관련 정보를 대통령에게 직보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현대그룹 자금 사정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 같아서였습니다. 곧바로 ‘현대1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난리가 난 겁니다. 금기(禁忌)사항을을 보고한 셈이었지요.”

그런 와중에 개성공단 건설 얘기가 김은성 차장의 귀에 들어갔다. “보고서를 접한 후 2000년 8월 초 임동원 원장이 주재하는 차장회의 때 개성공단 얘기를 꺼냈습니다. ‘지금 개성공단 얘기가 직원들 간에 퍼지면서 반대여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사실 나는 햇볕정책에 무조건 반대한 사람이 아니에요. 과거 정권도 비슷한 정책을 내놓았거든요. 나는 속도조절론을 내세우며 무제한적 지원을 반대했습니다. 관련 법규와 보안장치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지요. 그날 원장·차장 회의는 20분 만에 별 얘기 없이 끝나버렸어요. 회의가 끝날 무렵 임 원장이 나더러 ‘잠깐 남으시라’고 하더군요.”

당시 임동원 원장은 김 차장에게 “다 잘될 테니 너무 반대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임 원장은 “경제적으로 효과가 크고 인건비도 적게 들어가니까 우리 기업에 이득이다. 경협이 잘되면 남북평화도 빨리 온다”고 했다고 한다.

개성공단과 관련해 임 원장과 국정원 주요 간부회의가 있던 그날 오후 2시 현대 김윤규, 이익치씨가 국정원장실에 나타났다. “원장실에 갔더니 두 사람이 와 있더군요. 배석하기로 한 박 과장은 서류 뭉치를 한 아름 들고 왔습니다. 자료 분량에 김윤규, 이익치씨가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개성공단 쪽으로 얘기가 전개됐어요.

박 과장은 개성공단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 나갔습니다. 그랬더니 김윤규, 이익치씨가 ‘잘못 알고 있다’며 반박을 하더군요. 김윤규씨는 대화 초기에 꼬리를 내렸는데 이익치씨는 또박또박 자신의 논리를 펴나갔습니다. 박 과장이 그에게 응대했습니다. 어느새 대화는 현대그룹 자금난 쪽으로 번졌어요.”


김대중 정권 당시 국정원 대공정책실장, 국내담당 차장을 지낸 김은성씨.


이 과정에서 김은성·박 과장 대(對) 김윤규·이익치 사이에 고성까지 오갔다고 한다. “회의가 두 시간가량 진행됐는데 흥분한 이익치씨가 탁자 위에 있던 신문지를 돌돌 말아 탁자를 탁탁 치며 언성을 높였어요. 대단한 위세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 선생, 여긴 국가기관이오. 원장님도 앉아 계시고 젊은 간부도 있는데 진정하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당당했습니다. 박 과장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현대건설이 금융계에 거액 대출을 요청한 이유는 뭐냐’고 물었더니 이익치씨는 ‘무슨 소리냐. 현대건설 자금은 넉넉하다’며 반론을 폈습니다. 그러자 박 과장이 ‘그렇다면 또 다른 은행에서 돈을 꿔간 이유는 뭐냐’며 제3의 은행까지 거론했지요. 그래도 이익치씨는 ‘문제될 거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그날 회의는 박 과장과 이익치씨의 싸움이 돼버렸어요.”

그날 회의는 개성공단 건설과 관련해 김은성씨의 이해를 구하려다 오히려 양측이 감정의 골만 상한 채 끝났다고 한다. 묘하게도 그날 밤 엉뚱한 사건이 터졌다. ‘김은성 차장이 임동원 국정원장을 체포하려 한다’는 전단이 서울 여의도 일대에 뿌려진 것이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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