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협회 방북단 일행들이 17일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 출경게이트 앞에서 방북 불허통보로 출경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3.4.17/뉴스1 © News1


우리측 개성공단 입주기업대표들이 결국 개성땅을 밟지 못했다.

최근 남북 간 대화 재개 여부를 놓고 양측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던 분위기에서 이번 방북 성사여부가 향후 대화 추동력을 가늠하는 첫번째 잣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북한이 끝내 방북을 허가하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의 제의로 시작된 남북대화 재개 논의도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17일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 10명의 방북에 대해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개성공단관리위를 통해 우리측의 방북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며 "인도적 조치마저도 거부한 것에 대해 정부로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남북 간 책임 소재 공방에 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의 책임이 남측에 있기 때문에 남측이 사과를 하는 등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게 북측의 주장이다.

북한은 전날 개성공단사업 당국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비망록을 통해 "남한 정부가 현재의 개성공단 사태의 책임을 북한에 전가하려고 하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망록은 "괴뢰패당이 우리에 대해 악담질하고 존엄까지 헐뜯는 것은 덕을 원수로 갚는 야만행위"라며 "제반 사실은 개성공업지구를 오늘의 파멸위기에 몰아넣은 장본인은 다름 아닌 괴뢰 보수패당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는 남측의 보수 시민단체들이 최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사진을 불태우는 등의 대외 퍼포먼스를 벌인 것을 포함해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북측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등의 일련의 대북 메시지를 싸잡아 문제삼은 것이다.

북한은 지난 14일에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의 말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와 관련 "북침 핵전쟁 연습과 동족대결 모략책동에 매달려온 자들이 사죄나 책임에 대한 말한마디 없이 대화를 운운한 것은 너무도 철면피한 행위"라며 최근 한반도 지역의 긴장고조의 책임이 우리측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16일에는 군 최고사령부가 최후통첩문을 통해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퍼포먼스를 문제삼아 남한 정부가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주장은 대꾸할 필요도 없는 온당치 못한 내용이라고 판단한 우리 정부가 북한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북한이 이처럼 개성공단 사태의 원인이 남측에 있고,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사과를 계속해서 요구할 경우 개성공단 사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전격 대화제의를 한 매개 고리가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한 남북 간 논의라는 남북대화 가능성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훈련이 끝나는 시점에서 개성공단 사태 등이 남북 간 대화를 통해 논의될 여건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고 있다.

북한은 1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측의 대화제의에 대해 "기만의 극치"라고 비난하며 거절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최첨단 무기를 동원해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를 운운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 북측의 논리다.

우리측의 대화 제의를 비난한 최근 조평통 대변인의 대남 메시지에서도 "지금도 남조선에서는 '독수리' 전쟁 연습의 불장난이 계속되고 있으며 미국과 괴뢰 호전광들은 우리의 군사적 대응조치를 구실로 북침전쟁 도발책동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진행중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대화 재개의 장애물임을 시사했다.

때문에 독수리 훈련이 종료되면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명분이 어느 정도 사라지게 되는 측면에서 우리측이 재차 대화를 촉구할 경우 개성공단 문제 논의를 위한 자리도 마련될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정부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단 북한이 이번 방북을 거절한 것은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명분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북한이 우리측 대화제의를 거절할 명분을 찾아내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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