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최근 '오버페이스' 쉽게 대화로 돌아오긴 어려워
5월 朴대통령 訪美 이후까지 긴장국면 오래 끌고 갈수도
호전적 행동으로 내부결속하고 군부에 강한 모습 과시 의도도



지난달 총 22회의 공개활동에 나섰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이달 들어 두문불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대의원증을 들어서 투표를 하는 모습. /로이터 뉴시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14일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일단 거부하면서도 "(대화 성사 여부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했다. 북한의 체제 특성상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기관인 조평통의 대남 메시지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육성(肉聲)으로 간주된다. "대화 제의를 완전히 걷어찼다"는 분석보다는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양무진 교수도 "김정은이 정말 대화에 뜻이 없다면 '남측의 제의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기다리라'는 메시지 일 수 있다"고 했다. 전직 정부 관리는 "대화를 하고 싶으면 그럴듯한 선물을 들고 오거나 확실히 머리를 조아리라는 뜻"이라고 했다.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

김정은이 바로 대화를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번 국면에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구분하지 못하고 '오버페이스'를 한 측면이 있다"며 "워낙 많이 나가버렸기 때문에 쉽게 돌아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젊은 나이와 일천한 경험에서 오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취약한 권력 기반을 다지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를 결속하는 통치술을 구사했는데, 아직 기대만큼 '효력'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의 권력 장악이 아직 완전치 못하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석은 여전히 많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3일 "김정은의 최근 호전적 언사는 전쟁에 대한 욕구보다는 (권력의) 정통성을 갖겠다는 필사적인 느낌을 보여준다"는 북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도 이 신문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어리고 군 경력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북한 군부 내엔 어느 정도 불신이 있다"며 "그래서 김정은은 군부에 자신이 강경하다는 걸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고 했다.

최근 북한의 '막가파식 도발'을 북·중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김정은의 시도와 연결짓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최근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언급하며 "중국인들은 김정은이 아버지(김정일)보다 중국에 덜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해석한다"고 보도했다.

◇17일이 1차 고비 될 듯

김정은의 선택을 읽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많은 북한 전문가는 "이르면 17일 북한의 뜻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가동 중단된 공단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북한은 지난 3일 이후 공단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 만약 17일 기업인들의 방북을 받아들일 경우 이번 사태를 대화로 풀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인도적 차원에서 공단에 남아있는 우리 인원들을 위해 식자재라도 반입하게 해준다면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통일연구원의 전성훈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 내부의 전략 스케줄상 아직 긴장이 더 필요할 수 있다"며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도 있고 7월 정전협정 60주년도 있어서 올해는 긴장 국면이 오래갈 수 있다"고 했다. 국책연구소의 A연구원도 "북 스스로 전시 상황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이를 쉽게 풀기는 어렵다"며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는 입장을 모호하게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과거처럼 위기를 조성해놓고 이를 푸는 대가로 한국에 막대한 지원을 또 요구할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선물을 가져오라고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