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마저 "전쟁 위협에 불안" 對北투자 중단
中 당국, 단둥 통해 들어가는 북한관광도 중지시켜
한국은 외국인 직접투자 이어지고 주식도 사들여


남북 간 군사적 긴장도를 높여 정치·경제적 실리를 챙기려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북한에 자충수가 되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우방인 중국의 기업들이 잇따라 대북 투자를 중단하고 중국인들은 북한 관광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반면 북한의 고강도 전쟁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한국 주식을 매수하고 있고,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이어지고 있다.

북·중 국경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북한으로 가는 중국 단체 관광이 10일 잠정 중단됐다. 단둥의 대북 소식통은 "관계 당국이 어제(9일) 저녁 단둥 각 여행사에 '한반도 정세와 관련, 관광객 안전을 고려해 북한 관광을 일시 중단한다'는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단둥~신의주 1일 버스 관광은 물론 평양·개성·묘향산 등지를 돌아보는 열차 관광도 모두 중단됐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대북 신규 투자를 사실상 전면 중단하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에 있는 수산물 가공업체 야저우위강(亞洲漁港)은 지난달 초 북한에 연산 2만t 규모의 수산물 가공센터를 건설하려던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야저우위강은 2010년 최영림 전 북한 내각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이 회사 가공센터를 둘러봤을 정도로 북한과 인연이 있는 업체이다. 이 회사 내부 인사는 "북한 정국이 불안해 일단 투자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북한 혜산 동광에 5억6000만위안(약 1000억원)을 투자한 저장성의 대기업 완샹(萬向)그룹도 불안한 정세 속에 투자 철수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광둥에서 발행되는 시대주보(時代周報)가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북·중 합작으로 추진 중인 북한 나선지구 개발도 전력·도로 등 기초 시설 투자가 잇달아 연기되고 있다. 훈춘시는 지난달 "나선에 입주할 예정인 중국 업체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오는 6월 66㎸(킬로볼트)급 변전소를 착공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달 들어 착공 시점을 무기 연기했다고 옌볜(延邊)의 한 소식통이 전했다. 현지에서는 '중국이 나선 개발을 3년간 연기하기로 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윤승현 옌볜대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중단시키고 전쟁 위협을 계속하면서 중국 민간 기업은 물론 지방정부도 일단 손을 놓고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예전 같지 않은 북·중 관계는 양국 간 무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중국 해관(세관)은 이날 발표한 북·중 무역 통계에서 지난 1~3월(1분기) 양국 무역액이 13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중국의 대북 수출은 7억2000만달러로 13.8%나 줄었다. 지난 2~3년간 북·중 무역이 급증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반면 남한 사회의 혼란과 한국의 대외 신인도 추락을 노리는 북한의 의도와는 달리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예상된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84포인트 오른 1935.58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52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이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달러 대비원화 환율도 전날에 비해 3.7원 내린 1135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스웨덴 볼보그룹은 이날 경남 합천에서 볼보건설기계종합시험개발센터 기공식을 갖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조선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