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을 철수시키고 사업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공단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절대로 폐쇄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식자재와 연료 등 물자가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사실상 다음 주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10일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는 “직원을 몇 명이라도 끝까지 남겨둘 생각이지만 남은 식자재가 얼마 없어 직원들이 고충이 너무나 크다”고 전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계속 귀환하면 체류하는 인원이 줄어 먹을거리 부담을 다소 덜긴 하지만 추가 반입이 안 되니 언제가 됐든 결국 식자재가 고갈되지 않겠느냐”며 “이달 중순을 넘기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체류 중인 근로자의 수도 1주일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난 3일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통행을 차단하겠다고 통보할 당시 체류 중이던 남한 근로자 수는 861명이었지만 현재는 약 400명으로 감소했다.

북한이 사업의 잠정 중단을 선언한 이후 근로자들의 귀환 행렬은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8일 남한으로 돌아온 근로자 수는 30여명에 불과했지만 사업 중단 발표가 나온 다음날인 9일에는 77명이 귀환했고 이날은 114명이 돌아올 예정이다.

예정대로 귀환을 마치면 체류 인원은 292명으로 줄어든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123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남은 체류 인원 중 15명이 공단을 관리하는 현대아산 소속 직원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업체당 2~3명의 직원만 남게 되는 셈이다.

통일부와 개성공단기업협회 등은 비축 물자가 얼마나 남아있는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업체별로 식자재와 연료의 비축 상황이 각각 달라 일일이 집계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10일 귀환한 일부 근로자들은 현재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근로자는 “오늘 귀환이 끝나면 회사 직원은 1명만 남게 되지만 남은 식자재는 2~3일 정도를 버틸 수 있는 분량만 남았다”며 “먹을거리와 연료, 생활필수품 등이 거의 고갈됐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의 경우 17일 정도를 지낼 수 있는 식자재와 생필품을 비축해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현재의 남북 대치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난감한 상황이다. 게다가 식자재가 바닥난 업체들과 식량을 공유하기 시작하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입주기업들은 물자가 전부 고갈돼 직원들이 전원 철수하는 상황에 이를 경우 결국 공단이 폐쇄되고 과거 금강산 관광 사업 때와 같이 투자한 자산들을 전부 북한에 넘기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점점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며 “직원들이 계속 체류해 공단의 명맥이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북한이 조속히 통행금지 조치라도 풀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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