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면 내 예금이 어떻게 되느냐는 문의전화가 너무 안와서 어리둥절합니다.”

한 시중은행 민원 담당 간부의 말이다. 북한 김정은의 연이은 도발 위협에도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엔 예금·보험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고객의 문의 전화가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한다.

10일엔 우리와 미국 정보당국 발로 북한 미사일 발사 임박 뉴스까지 나왔지만, 예금자들은 불안해 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이 간부는 “10년 전만 해도 북에서 위협적인 발언 몇 마디만 해도 예금을 빼가거나 문의 전화가 빗발쳤는데, 예금자들이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신 기자들로부터 “전쟁 위협 때문에 보험이 무더기로 해지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보험 계약 해지는 커녕 최근 변액보험·연금보험 등은 매우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금자와 보험계약자의 평정심은 일차적으로 우리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해 신뢰감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달리 보면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럼 실제로 전쟁이 났을 경우, 내 예금과 보험금은 어떻게 될까.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예금은 은행 본점이 폭격을 맞는다고 해도 없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예금은 전산으로 관리되는데, 서울에 위치한 메인 전산센터가 폭격을 당한다 해도 지방에 백업센터가 있어서 전국적인 전면전만 아니라면 예금 기록은 안전하게 보관된다.

그런데 전쟁으로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예금보험공사에서는 이 경우 고객에게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장해 주지만, 그 이상의 금액에 대해선 복잡한 소송을 거쳐도 반드시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고 한다.

보험 역시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계약과 권리는 유지된다고 보험업계에서는 말한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은 전쟁 중에도 만기일이 되면 보험사에서 돈을 찾을 수 있으며, 보험료 납기 연장도 신청이 가능하다”며 “혹시 비상사태가 벌어져 보험사가 이전을 하더라도 고객관리와 보험료 지급 등 필수적인 영업은 계속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전쟁으로 신체·재산상 손해를 입으면 들어뒀던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대답은 ‘어렵다’이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전쟁과 천재지변, 폭동 등 예측 불가능한 사태로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경우’는 보험사의 면책(免責) 사유로 규정돼 있다. 즉, 전쟁이 발발해 집이나 자동차가 파손되거나 다치더라도, 손해보험을 통한 보상은 어렵다는 것이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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