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1948년에 세운 대한민국은 우리 민족의 유일한 합법정부이다. ‘인민공화국’은 소련점령군이 북한 땅에 세운 ‘반란단체’에 불과하다.

통일의 목적은 북녘 땅에 살고 있는 2500만 동포들도 자유롭고 고른 복지를 누리는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있다. 북한 땅에 민주질서를 수립하는 것이 통일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

통일보다 이념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그래서 ‘빠른 통일보다 바른 통일’을 주장한다. 북한이 민주화되지 않는 한 통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선 평화를 정착시킨 후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평화가 통일에 우선한다.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수호를 위하여 전쟁을 감수했다. 전쟁을 일으켜 무고한 동포 300만을 희생시키고 청와대 기습,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기 폭파 등을 자행해 온 현재의 북한정권에 대해서는 시인,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전에는 상대하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지키다 북에 잡혀간 국군포로, 납치인사 그리고 억류어부 등을 되돌려 받는 일은 무엇보다 선행해야 할 정부의 책무이다. 국군포로보다 간첩장기수의 인권을 더 생각하는 정부의 처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세력으로부터 국법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만든 보안법을 포기한다는 것은 적 앞에서 무장을 스스로 해제하는 일과 같다. 대한민국을 해칠 생각이 없는 국민에게는 상관없는 법인데 누구를 위하여 폐지하려 하는가?”

이상이 전통 ‘보수’라고 불리는 한국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사람들이 남북한 관계를 보는 시각이다. 이들의 생각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수호에서 출발한다.

‘진보’의 생각은 조목조목 보수의 생각과 대치된다.

“대한민국과 ‘인민공화국’은 강대국에 의한 분단에서 생겨난 대등한 두 국가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이나 주체사상 등 이념에 구애받지 말고 민족주의 정신에 의하여 통일을 먼저 추구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결합하지 않는 민족주의를 위험시하는 보수의 생각은 집단이기주의의 표현에 불과하다.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면 평화는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평화는 통일에 부수되는 하위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북한정권도 평화를 원한다는데 전쟁을 왜 걱정하는가? 6·25 등 지난 잘못을 따지다 보면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는 역사에 묻고 미래지향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포로, 납북자 등은 모두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냉전이 끝났는데 냉전 때의 사고로 이 문제를 다루면 곤란하다. 일반적인 인도주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는 보안법은 시대착오적인 법이다. 북한과 협력하여 민족통일을 이루려는 마당에 북한당국을 적으로 규정하는 법을 그대로 둔다는 것은 모순이다. ”

‘진보’의 생각은 대한민국과 ‘인민공화국’을 초월한 전체 한국 민족의 새로운 통일정부를 만드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사회 내에 깊이 내재해 있던 이러한 ‘보수’와 ‘진보’의 생각이 ‘6·15’를 계기로 표면화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 상치하고 있는 시각을 조정하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정부가 남북한 관계개선에 나서면 우리 사회 내의 이념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게 될 것이고 자칫 민족분열을 자초하게 될 위험마저 있다.

역설적으로 남북한 분단극복 노력이 남한사회 분열을 가져오게 되는 셈이다.

국민들은 지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전혀 상반되는 시각에서 쏟아내는 갖가지 언설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시민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적 방황은 그대로 방치하면 엄청난 사회혼란을 가져온다.

한국사회의 ‘전통보수’는 “사흘의 6·15가 50년의 6·25를 뒤흔들었다”고 걱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목숨 바쳐 싸우고 민주투쟁에 나서고 해외현장에서 땀흘렸는데 그 피와 땀이 헛된 것이 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전통보수’는 2년 뒤에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정당에 투표하여 자기 뜻을 지켜나가려 할 것이다.

/이상우 서강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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