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협회, 비상대책 회의 "조업 중단 길어지면 줄도산"

-공단에 남은 우리 근로자 406명
"나오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라면만 먹으며 버티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킨 9일 오전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 주변은 한산했다. CIQ 옆 출·입경 게이트 위에는 통행금지를 의미하는 빨간색 'X'표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출경 금지 해제'를 기다리며 화물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이날 게이트 앞은 휑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CIQ 주차장에 대기 중인 화물차는 10대도 안 됐다. 오전 11시 50분 13명이 입경(入境·개성공단에서 나옴)을 시작해 중국인 근로자 2명 포함, 근로자 71명이 이날 돌아왔다.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입경한 인원은 모두 361명이고, 현재 개성공단에는 우리 근로자 406명이 남아 있다.

이날 들어온 우리 근로자들은 "할 말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자리를 피했다. 오후 2시 입경한 장모(57)씨는 "(공단 내 직원들이) 나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하니 못 나오고 버티는 것"이라고 했다. 근로자들은 말을 아끼며 "라면만 먹으면서 버티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 일대 관광지를 찾는 국내 관광객 수도 크게 줄었다. 평소 300명 이상이 찾던 도라산 전망대~제3땅굴~임진각 안보 관광 투어 코스는 이날 국내 관광객 100명 미만이 찾았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조업 중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계 대표단을 북측에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업 중단이 길어지면 연쇄 도산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입주 기업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북한과 대화에 나서려는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비상 대책 회의를 열고 "대화를 통해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자 범(汎)중소기업계 대표단을 구성해 북에 파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유창근 개성공단협회 부회장은 "하루라도 늦으면 기업은 회생할 수 없게 돼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파견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부회장은 "거의 모든 기업이 도산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대책 회의에 참석한 입주 기업 대표 100여명도 "개성공단 존폐 결정은 입주 기업의 의견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