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현묵 산업부 기자


8일 오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평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이곳에 때아닌 추격전이 벌어졌다. 100여명의 기자가 한 사람을 쫓아 200여m를 우르르 몰려다녔다. 내외신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도 취재원은 입을 꽉 다문 채 주차장을 향해 다시 뛴다. 밀려드는 기자들을 보며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주부터 도라산에선 매일 이 광경이 되풀이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귀환하는 남측 근로자들이 공항 출국 게이트같이 생긴 '입경(入境)' 게이트를 나서면 TV 카메라와 사진기의 플래시 세례부터 받게 된다.

가끔 취재진에 둘러싸여 옴짝달싹 못하게 된 근로자들은 마지못해 질문에 대답한다. 이날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몇몇 근로자들은 개성공단의 상황에 대해 엇비슷한 대답을 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합니다. 북한 근로자들도 '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다'는 한마음입니다. 신변의 불안감은 없습니다. 음식이 모자라지만 남측 주재원들끼리 나눠 먹으면 다음 주까지도 버틸 수 있습니다."

공통점은 또 있다. '북한이 허용하면 다시 개성공단으로 갈 것인지?' 물으면 모두 "다시 돌아가겠다"고 답한다. '인질'로 잡힐 수도 있고, 생명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데도 '되돌아가겠다'는 절박함이 전해진다.

개성공단에는 9일에도 400여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체류하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잠정 중단' '남한 내 외국인 대피' 등 연일 위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아직도 평소 체류 인원의 절반이나 남아 공장을 지키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의류업체 나인모드를 운영하고 있는 옥성석 사장은 "우리 쪽 사장들은 개성공단 책임자들에게 '내려오고 싶으면 언제든 내려오라'고 얘기한다"며 "하지만 '나가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데 어찌 나가느냐'며 버티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남쪽 기업인, 회사 임직원들에게 개성공단은 '내 직장과 가정을 지켜줄 생명선'이고,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 정상화 쪽이다. 북측이 '남북 화해 협력'이라는 개성공단 조성 취지를 끝까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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