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조업 중단 실망… 위기 조성하면 타협·지원하는 악순환 끊을 것"]
北도발에 타협하지 않으면서 국내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는 마땅한 카드 못 찾아 고심
북한의 벼랑끝 전술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위기… 美·中 통해 北 설득작업 나서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은 9일 연일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 것 이상으로, 국내의 정치·경제·심리적 안정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카드를 찾아야 한다. 청와대 참모들은 "현실적으로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킬)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 고민"이라며 "다만 박 대통령 스타일상 군사적 도발이 있을 경우 과거와 다른 강력한 응징 조치가 있을 것이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 조치에 대해“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朴 대통령 "개성공단 중단 실망"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개성공단을 북한이 어제 조업을 잠정 중단시키겠다고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위기를 조성한 후 타협과 지원, 위기를 조성한 후 또 타협과 지원, 끝없는 여태까지의 (이런)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겠나"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가 다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이 이런 식으로 국제 규범과 약속을 어기고 개성공단 운영을 중단시킨다면 앞으로 북한에 투자할 나라나 기업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북한은 그릇된 행동을 멈추고, 한민족 전체의 미래에 도움이 되도록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잘못된 행동에 대해 타협하고 보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 북한에 사정하지 않을 것"

대통령의 참모들은 "북한이 아무리 긴장 수위를 높이더라도 박 대통령이 북한에 '그만해 달라'고 사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과거 한나라당 대표 시절 영하 10도가 넘는 추위에서도 사학법 개정 반대 장외 투쟁을 이어갔다. 당시 주변에서는 "연설만 하고 들어가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끝까지 행사장을 지켰고 당 간부들도 꼼짝없이 추위 속에 자리를 지켜야 했다. 세종시 수정 파동 때도 "이명박 대통령과 맞서지 말라"는 조언이 있었지만 청와대의 압박이 강할수록 더 강하게 맞섰다.

한 청와대 참모는 "박 대통령은 협박이나 압력에는 남들에게 '집착'으로 보일 정도로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평도 포격 때 무르게 대응해서 얼마나 혼이 났느냐"며 "그때와는 다를 것"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 중진도 "북이 도발하면 정치적 고려 없이 응징하라고 대통령이 일단 말한 이상,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中과 美·北 뉴욕 채널 통해 설득

그러나 박 대통령이 북한과 충돌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확실하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도 "북한은 미래에 대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며 "현재 흐름으로 볼 때 이 시간 이후가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더이상 도발을 않으면 국면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김정은 일가를 직접 공격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도 김정은이 '마지막 도발'만은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가동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박 대통령의 1차적 목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벼랑 끝 전술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자체가 착수조차 못한 채 폐기될 처지에 놓인 것이 박 대통령으로서는 고민이다.

청와대는 일단 중국 채널과 미·북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지 않도록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에 아무것도 주지는 않으면서 도발 행위는 중단시킬 수 있는 카드가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부담이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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