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조업 '올스톱']
-北이 통째로 삼킨 '금강산 사업'
南측 자산 3700억원 몰수 후 中 자본 끌어들여 자체 가동… 南측 시설·차량 등 무단 사용
-협력사업 모두 北이 '일방 중단'
금강산·개성관광·남북열차… 개성공단도 완전 폐쇄 가능성


북한 김양건 대남 비서의 공언대로 9일 개성공단이 가동 8년 4개월 만에 '올스톱'됨에 따라 그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당장은 힘들어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재가동의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사업 중단 3년여 만에 북한이 우리 측 자산을 동결·몰수한 금강산 관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9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긴급 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4대 남북 협력 사업의 종언

북한이 남북 당국 간 협력사업에 어깃장을 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햇볕 정권' 시절 남북이 합의했던 주요 협력 사업은 금강산 관광, 개성 관광, 남북 열차 운행(서울~개성), 개성공단 등 4개였다.

이 중 금강산 관광은 사업 개시 10주년을 4개월 앞둔 2008년 7월 11일 중단됐다. 북한이 우리 관광객 박왕자씨를 '조준 사격'으로 사살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광 재개를 위해 북한에 △진상 규명 △재발 방지 약속 △신변 안전 보장의 '3대 선결 조건'을 제시했지만 북의 거부로 관광 중단은 장기화됐다.

이후 북한은 관광 재개를 압박하기 위해 압박 카드를 여러 장 꺼냈다. 금강산지구 내 남측 자산(3673억원) 동결·몰수(2010년 4월)→현대아산의 관광 사업 독점권 취소 발표(2011년 4월)→남측 체류 인원 추방(〃 8월) 같은 '막가파식 도발'이 이어졌다. 그래도 이명박 정부가 움직이지 않자 북은 중국 관광업체 등과 손잡고 불법적 '금강산 국제 관광' 사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금강산호텔, 온정각 등 우리 측 시설을 무단 사용한 것은 물론, 현대아산 등이 남겨놓은 차량과 호텔 비품 등의 물자를 '약탈'했다.

2007년 12월 56년 만에 재개된 남북 열차 운행과 개성 관광은 11개월 만인 2008년 11월 중단됐다. 북이 우리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일방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마저 폐쇄될 경우 4대 남북 협력 사업이 모두 중단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모두 북한이 먼저 차버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진정성을 갖고 임해도 북한의 변덕과 공갈에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는 것이 북한과의 협력 사업"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 후 中 자본 유치?

현재 개성공단 상황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박왕자씨 사살사건으로 중단됐을 때에 비견된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3대 선결 조건'을 내걸었듯이 지금 정부도 북에 '원상 복구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공단 재가동 대가로 이것저것 달라고 할 게 분명하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전적으로 북이 자초한 만큼 통행 제한, 북 노동자 철수 같은 도발적 조치를 거둬들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길들이기' 차원에서 작심하고 대남 압박을 가하는 북이 단기간 내에 물러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 경우 금강산 관광처럼 남측 자산 동결·몰수→현대아산의 개발 독점권 회수→남측 체류 인원 추방→자체 가동 순서로 개성공단을 삼켜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서강대 김영수 교수)이 나온다.

물론 북의 개성공단 '접수'는 금강산 관광 사업 단지를 빼앗기보다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단에서 쓰는 전기를 남쪽(한전)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북이 자체 송·배전 시설을 깔면 스스로 공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자본을 유치해 공단을 통째로 삼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