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인다는 8개국 정상이 모인 오키나와(충승) G8정상회의가 끝났다. 눈길을 끈 것은 회담장 안팎에서 한반도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졌다는 사실이다. 회의 첫날에는 한반도만을 별도로 끄집어내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는 주된 이슈였다. 양 정상은 북한 미사일 저지를 위해 인공위성 제공을 협력하기로 했다. 다음날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가 주제에 올랐다. 일본·독일 정상회담에서도, G8에 앞서 열린 중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도 중요 이슈였다.

그런데 이 가운데 주인공인 한국은 어디 있는가 하는 데 생각이 미치면 답답해진다. 19세기말이나 2차대전 뒤 강대국들이 한반도 운명을 결정해 버린 때와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시대착오라고 자위도 해보지만, 개운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외교 관계자들은 성명 발표 뒤 “막후에서 우리가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기에 이런 관심은 한반도에 영향력을 노리는 주변 강대국들 ‘덕분’인 것 같다. 일본은 성명 채택을 위해 주최국으로서 압력을 행사했다. 러시아도 “북한의 노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회의장 안팎에서 나섰다고 일본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들이 우리의 노력 때문에 움직였다고 한다면 ‘아는 사람’들은 허망해하지 않을까. 국내에서 남북정상회담 무용담이나 늘어놓고 있는 당국자들 소식을 접하면, “뭘 하고 있는건가”하는 생각에 외국에선 답답해진다. /나고(명호)=권대열기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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