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끝난 오키나와(충승) ‘주요 8개국 정상회의(G8)’ 과정을 통해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지난 21일 채택된 ‘한반도에 관한 성명’은 남북대화에 대한 지지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G8 차원의 지원을 천명했다. 특히 좀체로 내지 않는 특정 국가를 위한 특별 성명 형식을 채택, 한반도에 관한 각국의 관심을 보여줬다.

특별 성명은 “북한이 보여준 건설적인 자세를 환영하고,미사일 발사 동결의 재확인을 긍정적인 진전으로 주목한다”고 북한을 평가했다. 작년 쾰른 회의까지만 해도 ‘불량국가(rogue state)’ 취급을 받으며 의장성명에 우려 대상으로 들어갔던 북한은 이번 특별성명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바뀐 이미지’를 공인받은 셈이다. 김 대통령도 “포용정책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주요국의 뒷받침을 지렛대로 대북 정책 추진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G8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문제와 인권 등의 문제에 대해 북한에 추가적인 건설적 대응을 요구함으로써 마지막 의심의 끈을 남겨뒀다. 이 부분은 미국이 주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특별성명을 주도해 북한의 환심을 산 대신,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주의 문제 해결’ 부분을 집어넣었다.

북한에 대한 평가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수교 협상을 앞둔 일본과, 최근 수교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도 묵시적으로 지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달라진 대 북한관(관)을 보여줬다.

이같은 변화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독점적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각국의 이해가 일치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반도가 냉전의 틀에 갇혀 있을 때는 자신들의 영향력이 행사될 여지가 없었지만, 자유경쟁 체제로 들어설 경우 북한이라는 변수를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 직전 북한을 방문해 그같은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으며, 일본도 각국과 개별 정상회의에서도 한반도 문제를 항상 주요 의제로 다루는 등 한반도에 대한 지분 획득에 열심인 모습을 보였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같은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번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을 거치면서 확실한 방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러시아라는 간접 통로를 통해 북한을 접했던 미국 일본 등이 방콕에서는 외무장관회담이라는 국가간 공식 채널에서 북한을 만나게 된다.

또 지역 안보 문제에 관한한 항상 문제아 취급을 받았던 북한이 직접 참석해 회담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도 각국의 향후 대북 정책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미사일 발사 포기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쏟아질 각국의 질문에 북한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한반도는 ‘급속한 변화’로도, ‘강경 U턴’으로도 진행될 수 있다.

/나고(명호)=권대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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