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 진입금지 등 연일 강경조치를 쏟아내는 데 대해 내부결집과 대외에 체제의 안정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군 부대를 시찰하는 모습./조선DB


북한이 개성공단 진입을 금지한 데 이어 4일에는 ‘폐쇄’, ‘군사적 실전 대응’ 등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태도가 김정은 정권 출범 1년을 맞아 체제를 확실히 다지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 北, 굵직한 정치일정 4월에 몰린 점 노려…대내외 체제 과시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 출범일과 김일성의 생일 등 국가기념 행사가 몰린 4월 초에 북한이 기습적으로 개성공단 진입을 금지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시기에 맞춰 개성공단을 정치적인 볼모로 삼아 대내외에 김정은 체제가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달 11일은 김정은이 노동당 제1비서가 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고 이어 13일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된 날이다. 15일은 북한 최대의 기념일인 태양절(김일성의 생일)이며 25일에는 조선 인민군 창설 기념일도 예정돼 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번 개성공단 진입 금지는 이달의 주요 국가행사 일정 이전에 강경한 조치를 보여줘 다소 불안한 북한의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일연구원의 전현준 연구위원도 “북한의 최근 행동들은 내부결집과 외부에 대한 과시라는 2가지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1984년생으로 아직 나이가 어리고 이렇다 할 정치적 경력이 없어 현 체제는 불안한 상황”이라며 “지난해보다 훨씬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체제가 안정화됐고 김정은을 중심으로 정치와 군부가 결집하고 있다는 것을 주변국가들에게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다”고 해석했다.

◆ 개성공단 폐쇄 위협…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떠보려는 의도도

전문가들은 전날 북한의 개성공단 진입 금지 조치가 출범 한 달여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을 떠보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유일한 대북협력 창구인 개성공단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고 현 정권의 대북노선을 알아보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개성공단을 북한의 ‘달러박스’로 보고 있다는 남한 일부의 시각을 겨냥해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보다 남한에 더욱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리의 존엄을 위협할 경우 가차없이 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전현준 연구위원은 이런 북한의 입장에 대해 “북한이 개성공단을 버릴 수도 있는 카드라고 이야기한 것은 단순한 위협은 아닐 것”이라며 “굳이 개성공단을 유지하지 않더라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중국에 금을 대량 수출해 상당한 양의 외화를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간 남북경협 중단 등 강경한 태도로 일관한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수차례 대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바 있다”며 “개성공단 진입 금지와 같은 실질적인 선제조치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시험해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북한의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진입금지 조치에 대해 체류인원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개성공단 관련 회의를 열고 있는 모습./조선DB


◆ 실질적인 겨냥목표는 美…핵보유국 인정받기 위한 의도라는 시각도

일부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진입 금지 조치 등 최근의 강경책들의 궁극적인 목적인 결국 미국을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체제 유지를 보장받으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진입금지 조치 전날인 2일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해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생산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4일에는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관련 조치와 군사적 대응 위협을 번갈아가며 전방위적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은 최근 몇 달간 지속적으로 긴장 수위를 높였지만, 미국은 이같은 움직임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개성공단과 핵무기 공격 위협 등으로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통행 차단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업계 대표들이 4일 도라산 출입국사무소를 찾아 조속한 통행 재개를 호소하고 있다./중소기업중앙회 제공


◆ 개성공단 가는 길 언제 열리나

개성공단 진입이 언제쯤 재개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 남북관계의 긴장이 더욱 커지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도 개성공단 통행이 차단됐다 바로 재개된 적이 있어 생각보다 재개 시점이 빠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09년 3월 한국과 미국이 키리졸브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할 당시에도 북한은 이에 반발해 개성공단 통행을 차단하는 강수를 뒀지만 11일 뒤 훈련이 종료된 직후 통행을 다시 허용한 적이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이전에도 개성공단 진입이 막힌 사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더욱 심각해 보인다”며 “이렇다 할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없어 결국 공단 폐쇄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주요 정치일정이 마무리되는 4월말을 전후해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이 유일한 대남 경제협력창구의 상징성과 외화수입 수단이 되는 개성공단을 손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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