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통행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중기중앙회 제공


북한의 개성공단 진입 금지 조치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자, 대북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하루종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물질적인 피해도 걱정되지만 북한 측의 돌발 행동으로 자칫 직원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했다. 특히 개성공단에 입주한 중소기업들은 정부 당국이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자 발만 동동 굴렀다.

개성공단 진입이 금지된 지 이틀째인 5일 직원 24명이 개성공단에 머물고 있는 현대아산 측은 2009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은 2009년 3월 30일 개성공단 내 현대아산 숙소 관리 담당 직원 유성진씨를 ‘탈북 책동 및 체제 비난’ 혐의로 억류, 136일 만에 석방한 적이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지 직원으로부터 아직까지는 별다른 이상 징후 없이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수시로 현지 상황을 파악하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정부와 꾸준히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측은 이번 사태로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올해 목표에는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북한이 자칫 직원을 억류하며 남북간 긴장 수위를 높이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길 바랐다.

현대아산 측은 2008년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5년째 중단돼 올해 3월까지 6028억60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 할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던 현대아산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직원이 고(故)정주영 명예회장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조선일보 DB


이번 사태로 가장 속이 타들어가는 곳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다. 개성공단의 한 업체 사장 A씨는 현재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A씨는 “개성공단이 (정치적 영향 탓에) 자꾸 이런 식으로 운영되면서 개성공단 내 회사들에게는 작업을 못 맡기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 사업의 경우 일시적으로 중단돼도 다시 운영할 수 있지만, 거래처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제조업 입장에서는 한번 거래가 끊어지면 재개하기 어렵다”고 울상을 지었다.

A씨는 “하루에 거래처로부터 납품이 가능하냐는 전화만 70여통이 쏟아지고 있다”며 “개성공단에서 나오지 않으면 거래처를 바꾸겠다는 곳도 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개성공단에서 큰 공장을 운영하는 신원은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원 관계자는 “15명의 근로자가 개성공단에 상주하면서 격주에 한 번씩 나오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는 공장이 잘 가동되고 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원·부자재, 식품, 제품 등 운반에 문제가 생겨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남북합작회사 1호’인 평화자동차의 경우 개성공단 사태의 영향권에서는 한발 비켜나 있다. 평화자동차 관계자는 “평화자동차 경영권을 북한쪽 조선민흥총회사에 넘기기로 한 만큼 회사는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 대치상황과 상관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자동차는 남측 통일그룹이 북측 기계공업성 산하 조선민흥총회사와 합작해 2000년 설립했다. 설립 당시 지분율은 남측이 70%, 북측이 30%씩 소유했다. 2002년부터 이탈리아 피아트와 협력해 평안남도 남포공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뻐꾸기’와 중소형 세단 ‘휘파람’ 등을 연간 2000여대 규모로 생산해왔다.

이 관계자는 “현재 평화자동차의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서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북측 본사는 평양에, 공장은 남포에 있는 만큼 개성공단 사태로 인한 피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평화자동차가 경영권을 북측에 넘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故) 문선명 통일그룹 총재의 유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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