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7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통일부 업무 보고에서 "남북 당국 간 책임 있는 대화를 재개하고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비롯한 남북 간 교류·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 대화 재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뉴스는 아니다. 남북 대화의 주관 부처인 통일부가 올해 추진 과제로 '남북 교류·협력·대화'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눈치가 없어도 보통 없는 게 아니다. 북한은 이날 남북 간의 마지막 공식 접촉 채널인 군 통신선을 끊었다. 이 통신선은 개성공단 출입에 필요한 절차 등을 논의하는 채널로도 이용돼 왔다. 북한이 공단 출입에 필요한 통신선을 차단해 버린 날, 통일부가 대통령에게 '개성공단 국제화 추진'을 보고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북한 노동신문은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전날 밝힌 '전투 1호 태세와 실제적인 군사행동'에 대해 "핵 선제 타격이 포함된다"고 했다. 대한민국과 미국 본토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과 통일부·외교부 장관 이하 간부들이 모여 '남북 교류·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쳤겠는가.

유엔 안보리는 올 들어 두 번이나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미국 정부는 유엔 제재보다 수위가 높은 별도 대북 금융 제재 틀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고, 중국도 공개적으로는 '성실한 유엔 제재 이행'을 다짐하고 있다. 그런데 대북 제재들이 제 궤도 위에 아직 오르지도 못한 시점에서 대한민국이 앞장서 '남북 교류·협력 강화'를 들고나오는 걸 당사국들은 또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정부의 북핵 핵심 부처의 정치적 센스가 이 모양이어서는 어떻게 대한민국이 북핵의 방관자가 아니라 핵심 당사자라는 평가를 받겠는가.

통일부는 이날 "국제기구를 통한 영·유아(��幼兒)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투명성 있게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남북 상황을 직접 연계하지 않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을 막힌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 수단으로 삼게 되면 인도적 지원의 본래 취지가 흐려진다. 국제사회도 인도적 지원을 대북 제재와 별개로 다루고 있다. 우리 대북 정책의 근본 목표는 북한 주민을 기아(饑餓) 상태에서 건져내고, 최악의 인권유린 상황에서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북한 주민의 인권(人權)을 개선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두 가지 근본 목표를 절대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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