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47개국, 北 인권조사委 아무도 반대 안했다

[유엔에 '北인권 조사委' 신설]
고문·납치·강제구금 조사 규정… 安保理의 제재 결의보다 효과

유엔 인권이사회 비회원국이지만 영향력 큰 중국도 방관
"2005년 발의된 북한 인권법 국회 통과되는 계기 삼아야"


유엔 인권이사회의 47개 회원국이 21일 만장일치로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Commission of Inquiry)'를 신설키로 함에 따라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북한이 1991년 유엔 회원국이 된 후, 인권 상황에 대해 가장 강력한 압박 조치를 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1인이 맡아왔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조사위원 3명△조사관 20여명으로 구성된 공식기구가 발족해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마루즈끼 다루스만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김정은 정권을 반(反)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세울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린 제네바를 방문하고 귀국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보고서는 학자의 모니터링 보고서 정도이지만 COI는 경찰의 조서(調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COI는 고문·강제구금 외에도 북한 정권이 다른 국가의 국민을 납치한 범죄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8만명이 넘는 6·25 전시(戰時) 납북자 문제를 포함, 지난 60여년간 김일성 일가(一家)가 저질러 온 각종 납치 범죄를 조사할 수 있게 됐다.

또 북한 COI가 신설됨으로써 유엔 안보리의 잇단 제재 결의에도 미사일·핵 도발을 가속하는 북한에 대해 인권 문제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을 실어주게 됐다. 북한 COI 신설이 포함된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배경에는 북한이 유엔안보리의 2087·2094호 제재 결의를 무시하고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데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하게 발동했다는 분석도 있다.

제네바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장에서 북한 관련 결의안이 통과된 상황은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의 북한을 여실히 보여줬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이 발의한 결의안은 통과되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의 서세평 대사는 이 결의안에 불순한 정치적인 목적이 들어 있다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지만,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다. 이 소식통은 “유엔 인권이사회 47개국 회원 중에서 아무도 북한을 변호하는 국가가 없었으며 투표를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미얀마의 인권 상황과 관련한 결의안에 대해서는 일부 국가가 변호하기도 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어떤 국가도 나서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 회원국이 아닌 중국이 다른 나라를 통해서 북한 COI 신설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힐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도발행위를 일삼으며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0일 북한군 훈련장을 방문, 무인폭격기가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장면 등을 망원경으로 지켜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로이터


하태경 의원은 “만약 북한 COI가 김정은을 반인도주의 범죄자로 규정한다면 이 후폭풍은 상당히 클 수 있다”며 “COI 활동 후, 유엔안보리가 김정은을 ICC에 고발할 수 있도록 중국을 움직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COI 신설에 맞춰서 우리나라의 민관에서도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05년 발의된 북한인권법이 아직도 국회를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은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윤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지속적으로 채택되어 왔지만, 선언적 의미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번 북한 COI 설립이 국제사회에서의 북한 인권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성화되고, 국내에서도 북한인권법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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