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때까지 마지막 총독으로 있었던 크리스 패튼(56·사진)의 현직은 유럽연합(EU) 대외관계 집행위원이다. 15개 유럽 나라들의 연합인 EU의 ‘외교부장관’ 일을 맡고 있는 셈이다. 한·EU 각료회의 참석차 방한중인 패튼은 20일 본지와의 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경제 위기의 조기 극복에 안주할지도 모른다는 서방세계의 우려가 만만치 않음을 강조했다. 다음은 회견 내용 요약이다.

―한·EU 관계를 평가한다면.

“한국이 시장 지향적 개혁을 통해 빠른 속도로 경제 위기에서 회복하고 있고, 이것이 EU의 대한(대한) 투자 급증으로 이어졌다. 또 새로운 다자 통상 협약인 세계무역기구(WTO)의 ‘신 라운드’ 분야 등에서도 건설적인 협력이 계속되고 있다. 조선(조선) 분야를 포함한 몇가지 통상 현안들이 있지만 한·EU 관계는 과거에 비할 때 무척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

―유럽 등에서 한국의 개혁이 미흡하다고 계속 지적하고 있는 까닭은?

“서방 경제인과 금융계, 언론 등은 한국이 신속한 단기적 경제 회복에 만족해 남은 개혁 과제들을 과연 끝까지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적잖은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은 경제적으로 위험한 줄타기(Tightrope)를 하고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규모도 걱정된다. 한국의 개혁은 빠르게 진행됐지만 결코 완성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EU측의 평가와 분위기는.

“역사적 회담이었고, 북한의 개혁·개방으로 가는 출발점이길 기대한다. EU 집행위원회도 긍정적인 평가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남북 정상회담 후 조성된 한반도의 화해·협력 분위기를 지속시키기 위해 EU가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

―유럽 국가들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다른 어느 나라들보다 비판적이었다.

“인권 문제는 유럽의 대외정책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 입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 /박두식기자 ds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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