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라크와 더불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평양측과 '언제, 어디서든' 대화하겠다는 미 행정 부의 제안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31일 지적했다.

로버트 두자릭 허드슨 연구소 연구원은 그동안 자주 거론돼 왔던 미국의 대북 대화제의는 이제 '이전보다 진실성이 많이 떨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두자릭 연구원은 '북미 관계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이라는 말은 효력이 없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사실은 북한이 미국에 제안할 만한 것은 거의 없으며 미사일 개발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동북아 전문가인 마커스 놀런드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서 북한이 그토록 명시적으로 지칭된데 놀랐다고 말했다.

놀런드 연구원은 '이런 발언은 잘해봐야 북한에 대한 압력을 높임으로써 그들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고 양국간의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고무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해 김대중 대통령을 놀라게 했다.

비판론자들은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대북 정책은 위협보다는 설득과 창조적인 외교가 최선이라는 경고를 납득하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에 지지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포용하겠다는 한국 정부에 대한 지지나 대북 대화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나 9.11 테러이후 테러대책에 집중하는 것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발비나 황 헤리티지 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은 한반도의 화해로 이르는 평화적 해결의 추구나 달성에 아직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임기말에 조성된 북미 해빙무드를 무산시켰다는 비판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당시의 진행경과를 들여다 보면 남한 및 미국과의 화해를 지체시킨 것은 바로 북한이었음을 알 수 있다'면서 '대통령과 참모진은 항상 `언제 어디서든지 북한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해왔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의 언급으로 미 행정부내에 대북정책에 관한 시각차이가 존재한다는 추측도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놀런드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내 추측으로는 미국 정부 내에, 특히 국방부 및 국가안보회의와 국무부 사이에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상당한 견해 차이가 존재하고 있는 것같다'고 풀이했다.

현재로서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부시 대통령이 신임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강경파의 부상은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과의 대화는 없을 것이라는 조짐으로 분석되고 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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