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가 또 다시 한반도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날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의 WMD 문제를 ‘세계의 2대 위협’으로 지목한 데 이어 도널드 럼즈펠드(Rumsfeld)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각)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대사는 31일 한 강연회에서 ‘북한의 체면을 살려달라’는 한국측 요구를 “(미국식 사고에는) 체면을 살리는 방식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공개 거부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우리는 이들 국가(북한·이란·이라크)가 (WMD에 관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이들 3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 여부에 대해 “미국은 대통령이 적절하다고 결정하는 것과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우리에게 부과할지도 모르는 일을 할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허바드 대사는 이날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조찬강연회에 참석, 북한의 WMD 문제에 대해 “미국은 실용적이고 직설적으로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4일 연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이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문한 바 있다.

애리 플라이셔(Fleischer) 백악관 대변인은 ‘악의 축’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용어는 역사적이라기보다는 수사적인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군사행동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한승수 외교부 장관은 이날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등을 만나 “북한과의 대북 협상에서 미측이 보다 진지하고 신축적인 자세로 임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박두식기자 dspark@chosun.com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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