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베를린에서 열리는 미·북간 회담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사상 첫 미·북 외무장관회담의 준비를 위한 절차다. 김계관(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특사가 외무장관 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를 미리 맞춰보는 자리다. 일정은 2~3일 정도로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북간 외무장관 회담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잇따르게 될 각국별 외상회담 시리즈의 단막극이다. 양국 간에 그 동안 다채널로 진행된 협의가 무르익어 열린다기보다는 백남순(백남순) 북한 외상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만 서로 만나지 않을 경우 모양이 어색한 점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고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외무장관 회담의 이 같은 성사 배경과 함께, 미·북간에 의견일치를 볼 수 있는 의제가 현재 극히 제한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베를린 회담은 난항이 예상될 전망이다. 지난 10일부터 3일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미사일회담도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난 상태이고 북한 핵 문제도 지난 5월 로마에서 논의된 이후 여전히 진전이 없다. 양국이 그만큼 서로 주고 받을 것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외무장관 회담의 역사적 의미에 비춰 양국은 올브라이트와 백남순이 뭔가 ‘제목’으로 뽑힐 수 있는 합의사항을 도출해 내기 위한 정지작업을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양국이 그나마 의견을 접근시킬 가능성이 비교적 큰 의제는 고위급 회담이다.

지난 1월 양국이 추진키로 이미 합의한 사항인 데다 외교적인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북한의 입장에서 부담감이 적다. 미국의 대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도 북한 측의 요구에 의해 의제에 오를 것이 확실하지만 양국이 상호 노력한다는 것 이상으로 미국이 확답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계관과 카트먼은 작년 9월 베를린에서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를 이끌어낸 뒤, 양국간 실질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파트너이다. 서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두 사람이 예상 밖의 돌파구를 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북관계는 당분간 ‘형식’이 ‘실질’을 따라가지 못하는 식으로 전개될 것 같다고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워싱턴=주용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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