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련을 포함, 러시아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는 최초로 19~20일 이틀간 북한을 방문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안보와 평화, 그리고 지역간 경제협력 등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이른바 ‘남북균형외교’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 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복구시키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상원 법 개정을 둘러싼 연방회의(상원)와 충돌, 끝이 보이지 않는 체첸전쟁 등 산적한 국내문제에도 불구, 17~19일 중국 방문, 19~20일 북한 방문, 20~21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강(강) 유역 블라고베시첸스크시(시)에서 열리는 극동 및 바이칼 지역 발전협의회 참석, 그리고 21~23일 오키나와 G8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순방에 나섰다.

이 순방의 목적은 “러시아는 유럽국가이면서도 아시아 국가이기도 하다”는 일견 평범해 보이는 사실을 재확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푸틴은 지난 3월 대통령 당선 이후 ‘강한 러시아 재건’이라는 슬로건 하에 내부적으로는 대통령 중심 권력강화에 치중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국제영향력 회복·강화 정책을 줄기차게 진행시켜 왔다. 이러한 기조 하에서 푸틴은 “러·중·북 3각 관계 강화를 통한 동북아 세력 균형 및 대미(대미) 견제”를 대(대)아시아 외교의 기본틀로 설정, 이를 강화하려는 것이 이번 아시아 순방의 주 목적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91년 소련 붕괴 이후 동북아 국제질서에서 소외돼 온 러시아는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자주’가 강조된 점에 고무돼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판단, 이런 호기를 활용해 최소한 과거 소련이 누리던 영향력을 회복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대(대)동북아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이번 러·북 정상회담을 통해 어떠한 형태로라도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개발을 중단 혹은 연기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오키나와 G8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국가미사일방위체제(NMD) 및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탄도탄 요격 미사일(ABM) 협정 개정의 주요 명분이 북한 미사일인 만큼, 만약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개발을 중단 혹은 연기하겠다는 언질을 받고 오키나와로 갈 수 있다면 대미(대미) 발언권의 수위를 한층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러시아도 동북아 국제질서의 주요 당사자”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할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노림수는 이 같은 안보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북한과의 군사협력 등을 논의함으로써 만족스럽지 못한 한국의 러시아 무기 및 군사장비 구입에 자극을 가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남북철도연결 지원문제, 시베리아 가스 파이프 라인 한반도 연결, 러시아의 두만강 유역 개발 참여 문제 등 경협문제를 논의함으로써 경제적 실리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한국 자본의 참여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인 만큼 본격적인 대북 협력보다는 러시아에 무관심한 한국을 유인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해석도 여전히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황성준기자 sjhw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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