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이고 흥미있는 사람이다. ” “조리있고 호의적이었다. ” “세계사뿐만 아니라 모든 주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 ”

미국 상원의원 3명이 16일(현지시각) 아바나 공항을 떠나기 직전 기자회견에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두고 한 평가들이다. 이들은 전날 저녁부터 이날 오전 2시까지 10시간 동안 이른바 혁명궁에서 카스트로와 마라톤 회담을 가졌다. 73세의 카스트로는 미국인들에게 군복을 입은 모습으로 각인돼 있다. 지난 59년 무장혁명을 성공시킨 뒤 장장 41년째 집권하며 줄기차게 미국에 맞서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미국 언론들은 상원의원들의 이 같은 발언이 카스트로에 대한 미국인들의 고정관념을 깼다고 평가했다.

상원의원들은 그러면서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제재는 카스트로에게 경제 실패에 대한 변명거리만 제공할 뿐, 쿠바는 물론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이를 테면 ‘쿠바에 대한 미국의 햇볕정책’인 셈이다.

하지만 대니얼 아카카 의원은 카스트로에게 “왜 세계의 신문과 TV를 볼 수 있는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느냐”고 따지면서, “일당 사회주의 정치체제와 국영경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팻 로버츠 의원은 “미국과의 무역은 쿠바 정부가 경제 개혁을 고려할 준비가 돼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상원의원들은 인권과 정권이양 문제 등 쿠바의 ‘아킬레스 건’까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스트로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변하고 있는 것과 김정일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변하고 있는 것은 상당부분 닮은 꼴이다. 그러나 우리의 ‘햇볕정책’에는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의 함량이 좀 낮은 건 아닐까.

/주용중 워싱턴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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