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즈워스(Bosworth), 도널드 그레그(Gregg), 리처드 워커(Walker), 윌리엄 글라이스틴(Gleysteen) 전 주한미국대사들과 로버트 스칼라피노(Scalapino) UC 버클리대학 명예교수 등이 오는 2월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이 기간은 2월 1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60회 생일 직후의 축하기간이다. 또 조지 W 부시(Bush)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3개국 방문 시기(2월18~22일)와도 겹친다.

전직 주한미국대사들의 이번 방북은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스칼라피노 교수와 토니 남궁(UC 버클리대 한국학문제연구소 미·북관계 프로그램 공동담당자)씨 주도로, 북한의 이근 유엔주재대표부 차석대표를 통해 추진돼 왔으며, 최근 이 차석대표로부터 방북 일자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22일, 자신을 포함한 5명이 방북할 가능성이 크다(probable)고 확인하고, “현재 북한측과 최종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임스 릴리(Lilley), 제임스 레이니(Laney) 전 대사 등 생존하는 역대 주한미국대사들 모두에게 방북 의사를 타진했으나 릴리, 레이니 전 대사는 불참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직 대사들의 방북 목적은 미·북 대화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비공식적인 대화 채널’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측이 회신한 방북 일정이 시기적으로 미묘한 때라는 점 때문에 북한측의 또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관계자들의 추측을 낳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북한측이 이들을 초청한 것은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으나, 다른 소식통은 “이들의 방북은 민간차원의 시도일 뿐 부시 행정부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북한 전문가는 “전직 대사들의 방북이 김정일 생일 축하 기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미국 전직 고위관리들이 김정일의 환갑 축하 사절로 북한을 방문한다는 정치선전 도구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강인선특파원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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