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측이 현대에게 내놓은 금강산 관광객의 ‘아리랑 축전 참관’ 제안은 이 축전에 보다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미 작년 말부터 대남사업 관계자들을 내세워 아리랑 축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애를 쓰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남한 관광단에 전세기 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에 올 수 있도록 편의를 보장하겠다는 제안도 했었다.

북측이 이처럼 아리랑 축제에 남한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인 것은 이 행사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2002 월드컵’에 대한 ‘맞불 행사’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부터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남조선 동포들이 못 보면 일생을 두고 후회할 공연”이라고 선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유치가 그리 쉽지 않자, 금강산~원산~평양 육로 개방이란 파격적인 카드를 제안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정보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비록 아리랑 축제가 열리는 4월 말부터 두 달 간이긴 하지만 금강산~원산~평양 간 도로가 남한 주민들에게 개방된다는 것은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그동안 평양을 방문한 남한 인사들이 제한적으로 이 도로의 역방향으로 금강산을 관광한 적이 있으나, 일반 주민에게 이 도로가 개방되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또 이는 북측의 금강산 육로 관광 조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들이 금강산에서 원산을 거쳐 평양까지 가는 방법은 버스, 버스+비행기, 열차 등 세 가지가 있다. 우선 금강산에서 단체로 버스를 이용해 평양까지 가는 방법은 금강산~원산(110여㎞) 2~3시간, 원산~평양(200여㎞) 5시간 등 모두 7~8시간이 걸린다. 많은 인원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이다.

다음으로는 원산까지 버스로 간 뒤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비행기 편으로 평양으로 가는 방법으로, 버스편보다 4시간 정도 단축할 수 있다. 고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이 생전에 평양에서 비행기 편으로 원산을 거쳐 금강산에 간 적이 있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원산 갈마비행장은 이산가족 교환방문 때 서울~평양을 오가던 비행기가 내릴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열차의 경우 원산에서 북쪽의 고원까지 올라가야 평양으로 갈 수 있는 데다, 북한주민들과의 접촉 문제 등을 고려해 선택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금강산 관광도 시들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인원들이 7~8시간씩 버스를 타고 평양에 가서 관람료가 미화로 1인당 50~300달러에 이르는 아리랑 공연을 구경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아리랑 축제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불과 1시간이면 평양으로 가는 전세기 운항 카드도 내놓았으나 이에 대한 우리 내부의 여론도 시큰둥하다는 점에서, 금강산 관광을 통한 아리랑 축제 손님 끌기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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