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개월만 더 사셨으면 꿈에 그리던 맏아들을 만날 수 있었을텐데… 어머니가 형님을 얼마나 그리워 하셨는지 모릅니다. ”

북한 적십자회가 전달해 온 8.15 북측 이산가족 상봉단원인 박종섭(박종섭·68)씨의 동생 종열(종열·66·농업·충북 청원군 강외면 서평리)씨는 “죽은 줄 알았던 형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남쪽의 가족을 찾고 있는 박종섭씨는 6.25 발발직후 마을 청년 6명과 함께 1차 의용군으로 끌려간 후 소식이 끊겼다. 불과 18살의 앳된 고교생이었던 종섭씨는 인민군에 이끌려 집을 나간후 50년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다가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단원에 포함돼 남한 가족과의 만남을 앞두게 된 것.

“어머니가 전쟁터로 끌려 가는 형님에게 저녁도 지어주지 못했다며 평생 한을 품고 사셨어요. 형님이 죽은줄 알고 사망신고까지 했지요. ” 오매불망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치매증세로 3년 가량 고생하다 작년 12월 세상을 떴다.

박씨 형제-자매는 모두 7남매. 북으로 간 장남 종섭씨를 제외한 6명 가운데 종열씨를 포함해 5남매는 생존해있으나 셋째아들 종철(종철)씨는 지난 67년 월남전에 파병됐다가 전사했다. 6.25와 월남전 등 한국현대사의 굴곡을 거치면서 두 형제가 행방불명되거나 사망하는 쓰라린 아픔을 겪은 것.

박씨는 “형님과 함께 부모님 묘소를 찾아보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유태종기자 tjyou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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