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례하는 류우익 통일장관(자료사진)
제36대 류우익 통일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하고 있다. 2011.9.19


유연화 노력에도 남북관계 `깜깜한 터널속'
"준비된 통일은 축복"..통일준비에 `올인'


"통일부장관은 109번뇌를 갖고 산다. 북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한가지 걱정이 더 있다."
19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류 장관이 활로를 찾지 못하는 남북관계와 관련한 답답한 심정을 최근 표현한 말이다.

류 장관은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기 위한 이른바 대북 `유연성'을 트레이드 마크로 전면에 내세우며 지난해 통일부 장관직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실세로 평가된 데다 대북 대화파로 분류된 그가 통일부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남북관계의 문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그는 최소한의 `안정적 대화채널' 구축을 목표로 설정했고, 스스로 자신의 별명을 `미스터 유연성'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1주년을 앞둔 16일 현재 남북관계는 깜깜한 터널을 통과하지 못했다. 대화채널 구축이라는 숙제를 여전히 풀지 못한 것이다.

최근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수해지원까지 북이 거부하면서 현 정부 임기 내 남북관계는 완전히 동력을 잃은 채 종착역에 이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대남 강경태도를 유지하는 북측 책임이 더 크다.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인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측은 "현 남측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 류 장관은 닫힌 문을 열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취약 계층에 대한 민간단체 주도의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면서 종교계 인사들의 방북, 개성 만월대(고려 왕궁터) 발굴 사업,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 일제 강점기 약탈 문화재 남북공동환수 등을 통한 사회문화교류 분야의 접촉 면을 확대했다.

고구려 고분군 일대의 소나무 병충해 방제를 위한 실무 접촉을 제의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등 국제기구를 통한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재개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류 장관이 직접 조문을 가는 방안이 하나의 시나리오로 거론됐다는 얘기도 있다.

류 장관은 올해 1월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고위급 대화 채널이 구축되고 그것이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면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면서 더욱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모든 문제에는 천안함ㆍ연평도 사건과 5ㆍ24조치, 중단된 금강산관광, 6ㆍ15공동선언과 10ㆍ4선언 이행 문제도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에는 북한의 수해와 관련해서도 정부 내 일부 반대 기류를 누르고 수해지원 제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은 나오지 않았다.

대북 전문가들은 류 장관의 대북 유연성이 갖는 한계성을 아쉬움으로 지적한다.

류 장관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기존의 원칙에 무게 중심을 둔 유연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2월 급사한 것도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올해 4월 최고인민회의와 당대표자회를 개최할 때까지 내부를 추스르기에 급급했고 이 기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 내 대북 강경파 또는 원칙파의 목소리도 류 장관이 보폭을 넓히는데 한계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류 장관이 전임 현인택 장관과 마찬가지로 북측과 회담 한번 못하고 북한 땅에 발도 한번 딛지 못하고 임기를 마무리할지 아니면 5개월 남짓 남은 현 정부 임기 내 숙제를 풀고 갈지 두고 볼 일이다.

그는 `준비된 통일은 축복'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통일 준비에도 `올인' 하고 있다.

특강 등을 통해 통일론을 설파하며 `통일 전도사'로 나섰다. 통일의지 제고와 통일재원 마련, 통일외교, 북한이탈주민 등 `분단 이재민' 포용, 관련 제도적 준비 등을 통일 준비 5대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가무형문화재(사기장) 백산 김정옥 선생의 도움을 받아 통일준비의 상징물로 `통일항아리'를 제작해 전방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통일준비 역시 기대만큼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통일재원 사전 적립을 위해 통일계정 설치를 골자로 하는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 역시 언제 통과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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