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사무실 개소식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사무실 개소식에서 참석인사들과 함께 현판식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2011.2.10


기관마다 중복 사업으로 예산 낭비
연구용역 대신 탈북자 직접 지원 늘려야

"탈북자 지원재단이란 데가 1년에 수백억 원씩 탈북자를 위해 쓴다지만 내 생활은 별로 나아진 게 없습니다."
작년 말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최민호(가명) 씨는 "탈북자 지원 예산은 다 어디로 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탈북자의 초기정착과 생활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하 지원재단)이 올해로 설립 2주년을 맞지만 예산 운용 등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원재단은 작년에 정부보조금 247억9천400만원을 받아 이 중 241억3천300만원을 집행했다. 올해 예산은 258억7천300만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지원재단의 수혜자인 탈북자사회에서는 지원재단의 예산 운용에 불만이 많다. 예산 집행이 탈북자 직접 지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불필요한 사업이나 중복되는 사업에 예산을 낭비한다는 등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연합뉴스가 단독입수한 지원재단 예결산 관련 자료에 의하면 작년 정착도우미 1천531명에게 지급된 활동비는 7억1천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정착도우미는 탈북자가 하나원을 나온 지 6개월이 될 때까지 가정방문, 정보제공 등을 통해 정착을 돕는다.

지원재단 관계자는 "이 활동비는 도우미가 탈북자 가정을 방문할 때 음료나 과일 같은 것을 살 수 있도록 실비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1회에 1만5천원씩 한 달에 3∼5만원 정도의 실비를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원재단에 소속된 전문상담사 104명도 탈북자 가정방문 비용 등으로 작년에 1억1천300만원을 썼다. 지원재단은 지난해 전문상담사 관리·운영 비용으로 31억원을 지출했다.

정착도우미 제도는 하나센터 사업과도 중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나센터는 탈북자의 정착 초기 1년 동안 정착교육과 정보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통일부가 지원한 예산으로 전국에 30여 개소의 하나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작년에 입국한 탈북자 김영순(가명)씨는 "하나원에서 나오는 날 정착도우미라는 사람을 딱 한 번 봤다. 그 후 두 번인가 전화가 온 것이 전부"라며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하나센터 직원에게 물어봤다"고 전했다.

지원재단이 발주한 정책연구 용역과제와 통일부의 연구용역 과제가 중복되는 문제가 국회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원재단 관계자는 "작년 10월께 국회에서 진행된 예산조정 과정에서 연구용역 과제의 중복 문제가 지적을 받았다"며 "올해 예산을 책정할 때 이 부분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지원재단이 작년 북한이탈주민 정책연구 항목으로 지출한 비용은 2억7천600만원이며 올해 예산은 3억5천500만원이다.

전문가들은 탈북자 정착 관련 연구를 통일부가 아닌 지원재단에서 주도하면 심사기준의 문제나 연구결과물의 질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북자 사회에서는 탈북자 직접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할 지원재단이 연구용역에까지 관여하는 등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통해 조직 몸집만 불리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지원재단이 진행하는 탈북자 의료지원 사업도 국립중앙의료원이 자체 예산으로 진행하는 탈북자 의료지원 사업과 상당 부분 중복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작년 한 해 2억5천만원의 예산으로 탈북자 의료지원 사업을 진행했으며 지원재단은 이와 똑같은 사업에 6억2천600만원을 사용했다.

예산 집행의 난맥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원재단은 작년에 탈북자에 대한 의료 및 생활안정지원 항목으로 8억9천700만원을 지출했고 탈북학생 장학사업에 5억원을 사용했다. 대신 홍보물 발간 및 언론홍보에 6억3천800만원, 어울림한마당 행사 1회 개최에 2억3천만원 등 순수 홍보비용에만 11억1천400만원을 썼다.

홍보비용이 지나치게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원재단 측은 탈북자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홍보비용을 더 많이 지출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또 지원재단은 작년 홈페이지 및 인터넷방송 사이트 구축에 1억9천600만원, 인터넷방송국 운영에 1억8천300만원 등 인터넷방송 관련 예산으로 약 3억8천만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작년 7월 초부터 올해 9월 초까지 인터넷방송을 찾은 누적방문자는 1만6천명으로 하루 평균 38명이 방송을 이용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인터넷방송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지원재단이 효율적인 예산운용으로 생활지원 등 탈북자에 대한 직접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탈북자 범죄율이 낮아져 그들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탈북자지원단체 관계자는 "지원재단에 대한 통일부 정착지원과의 관리 감독도 소홀한 것 같다"며 "지원재단뿐 아니라 탈북자 정착지원 예산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