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파주 포크 페스티벌']
8~9일 평화누리 잔디언덕서 호세 펠리치아노부터 유리상자에 아이유까지
포크음악의 한마당 펼쳐져

신들린 듯 한 손 기타연주한 호세 펠리치아노에 감탄
"가족과 함께 음악에 맞춰 춤추는 시간 자유롭고 행복"


Imagine there's no countries(국가가 없다고 상상해보세요)/It isn't hard to do(그건 어렵지 않아요)/Nothing to kill or die for(죽고 죽이는 일도 없을 테고)/And no religion too(신앙도 없겠지요)/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모든 인간들이 평화롭게 살아간다고 상상해보세요)

1971년 베트남 전쟁 때 발표돼 소위 '반전가(反戰歌)'로 일컬어진 존 레넌의 'Imagine'이 호세 펠리치아노의 애절한 목소리로 가을밤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일대는 물론 DMZ너머 북으로 북으로 울려퍼졌다.

8~9일 임진각 야외공연장 평화누리에서 펼쳐진 '제2회 파주 포크 페스티벌'. 3만평 규모의 드넓은 평화누리 잔디언덕 가을 하늘에는 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춤을 췄다. 초가을 선선한 바람결 따라 라틴팝의 전설 호세 펠리치아노와 한국 포크음악을 대표하는 가수들의 사랑, 평화, 자유, 행복의 멜로디가 이틀간 퍼져나갔다. 돗자리를 깔고 편하게 둘러앉은 남녀노소 관객들은 때로는 애틋하게, 때로는 신명나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에 젖어들었다. 이번 페스티벌은 파주시와 TV조선이 공동 주최하고 경기관광공사와 죠이커뮤니케이션이 주관했다. 조선일보, 신세계첼시프리미엄아웃렛, 원마운트가 후원했다.


제2회 파주 포크 페스티벌에서 라틴팝의 대부 호세 펠리치아노가 노래 부르고 있다. 그가 혼을 담아 부른 반전(反戰)의 메시지는 가을밤 임진각 일대를 메아리쳤다. /죠이커뮤니케이션 제공


◇안치환 "녹슨 철조망 걷어내자"

첫날인 8일, 공연을 앞둔 평화누리 넓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둘러앉은 관객들은 먹을 것을 한 움큼 싸가져와 보따리를 푼 아줌마·아저씨 부대,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 20대 아베크족 등 다양한 모습이었다.

포크 페스티벌의 첫 막은 오후 6시 포커스(박학기, 박승화, 강인봉, 이동은)가 고 김광석의 '말하지 못한 내 사랑'으로 테이프를 끊었다. 이어 유리상자, 자전거탄풍경, 강은철, 추가열의 무대가 이어졌다. 손뼉을 치고 어깨를 흔들며 함께 노래하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옷을 차려입고 통기타를 치며 등장한 아이유는 요즘 아이돌 스타와는 달랐다. 아이유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독특한 미성으로 소화해냈다. 안치환과 자유가 부른 '철망 앞에서'는 휴전선을 향해 외치는 절규 그 자체였다.

/저 위를 좀 봐 하늘을 나는 새 철조망 너머로/꽁지 끝을 따라 무지개 네 마음이 오는 길/새들은 나르게 냇물로 흐르게/풀벌레 오가고 바람은 흐르고 마음도 흐르게/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잡고/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 버려요…

◇"노래가 평화 가져다주길"

둘째날, 굵고 거친 목소리와 통기타·하모니카 연주의 임지훈, 어니언스의 임창제, '세시봉' 붐의 주역 윤형주와 김세환 등 화려한 멤버들이 '하얀나비' '작은새' '우리들의 이야기' '화가 났을까' 등을 부르며 7080세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세시봉 2세대 멤버인 정훈희는 녹슬지 않은 가창력으로 '안개' '무인도' 등을 불러 갈채를 받았다.


임진각 야외공연장 평화누리에서 지난 8~9일 열린 제2회 파주 포크 페스티벌. /죠이커뮤니케이션 제공


포크 페스티벌의 대미는 호세 펠리치아노가 장식했다.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오른 호세 펠리치아노는 1시간 30분 동안 리메이크한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와 자신의 히트곡, 기타연주 등으로 청중을 휘어잡았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경쾌하고 밝은 느낌의 'Always on my mind' 'Suspicious minds'는 호세 펠리치아노의 좀 더 진중하고 블루디한 감정이 이입된 곡으로 재탄생했다. 'Once there was a love' 'Gypsy' 'Rain' 등 주옥같은 히트곡과 함께 신기에 가까운 현란한 한 손 기타연주는 공연시간 내내 관중의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앙코르곡으로 'La Bamba' 'Imagine' 'Feliz Navidad'를 부를 때는 관객들이 모두 무대 앞으로 모여 다같이 춤추고 노래했다.

호세 펠리치아노는 "북한이 코앞인 곳에서 공연을 하게 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내 노래가 휴전선 너머 북한 사람들에게도 들렸으면 좋겠다"며 "내가 북한에서도 이런 공연을 하게 되는 날이 통일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서울 이촌동에서 남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임미영(51)씨는 "잔디 위에서 음악에 맞춰 춤출 때 자유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이 공연이 계속 이어져 노래가 우리 땅에 평화를 가져다 주는 '기적의 힘'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죠이커뮤니케이션의 한용길 대표는 "임진각에서 평화와 사랑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포크음악이야말로 '평화와 반전'을 노래한 포크음악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며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포크 뮤지션들을 참여시켜 온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페스티벌로 더욱 업그레이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인재 파주 시장은 "호응이 너무 좋아 감사드린다"며 "내년에 오시는 관객들에게는 막걸리와 맥주를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조선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