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측의 이산가족 명단이 발표된 다음날인 17일, 이산가족들은 지난 50년간 가슴에 묻어뒀던 한과 사연들을 털어놓으며 재회의 날을 기다렸다.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형님이 살아계시다니 심장이 멎는 것 같습니다. ”

북한이 보내온 명단에 형 영만(69)씨가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박효만(65·부산 수영구 남천동·양조업)씨는 가족들을 끌어안고 눈물만 흘릴 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던 형과는 지난 50년 7월 이후 소식이 끊겨 의용군에 끌려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동안 형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도 무위에 그쳤으나 이렇게 살아 계시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산가족방문단 후보명단에 형 오경수(72)씨가 포함된 동생 길수(69·광주 동구 학동)씨는 “목포 남해대학교를 다니던 형이 50년 9월 초쯤 인민군관학교에 입대, 전쟁 중 숨진 것으로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한적십자사에 이산가족 상봉신청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병태(71)씨의 동생 병현(62·전남 광양시 태인동)씨는 “큰 형님이 살아 계신다니 둘째 형님도 살아오실 것으로 믿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전기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큰 형 병태씨가 전쟁 직후에 실종됐고, 둘째 형(병철·70)마저 9·28수복을 전후해 연락이 끊겼다. 병현씨는 “형을 만나면 둘째 형님의 소식부터 물어야겠다”고 했다.

/대구=박원수기자 wspark@chosun.com

/창원=강인범기자 ibkang@chosun.com

/광주=권경안기자 ga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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