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잊지 않고 찾아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

류인자(59)씨는 간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1·4후퇴 이후 49년 만에 아버지를 만나게 됐다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아서였다. 얼마 전 상봉신청에서 탈락한 뒤 낙담한 가슴을 가누지 못해 빛바랜 부모님의 사진을 보며 눈물만 짓고 있던 터였다.

류씨의 아버지는 북한의 원로 국어학자 류렬(82)씨. “헤어질 당시 아버지는 34살, 맏딸이었던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죠. ” 아버지는 인자씨를 어머니(정자애·당시34)의 친지에게 딸려보내며 “곧 따라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 둘, 남동생과의 긴긴 생이별의 시작이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빛바랜 부모님의 사진 3장은 그때부터 수첩에 넣고 다니던 것이다.

류씨의 아버지는 진주고를 나와 일본 유학을 마치고 홍익대 교수로 여러 대학에 출강했다고 한다. /부산=이길성기자 attic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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