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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수첩] 자살 택한 괴선박 선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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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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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해상순시선에 쫓기다 중국 해역에서 침몰된 괴선박은 북한배가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는 15명 가량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배가 침몰된 후 일본측에서는 구명대를 던지는 등 구조 노력을 보였으나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현장촬영 화면 정밀분석 결과는 배 앞부분에서 두 차례의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배가 스스로 폭파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방위청은 시사한 바 있다.

이들의 죽음은 북한에서 '영웅'의 탄생을 의미한다. 해상에서 선박을 이용해 공작을 펼치는 이들은 대부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작전부 산하 연락소 '전투원'들이다. 해양전투원이라고 불린다. 이들은 고등중학교 4학년, 곧 15세 전후에 발탁돼 언제든지 초개같이 목숨을 버릴 수 있도록 훈련받는다. 혹독한 훈련을 거쳐 20대 초반에 연락소에 배치받으면 일찍 결혼하여 가족을 이룬 뒤 생애를 건 '작전'을 기다리게 된다.

성공하거나 죽으면 영웅이 되고 실패하거나 투항하면 반역자가 된다. 이들은 최상의 경제적 특권을 누린다. 연락소는 전투원과 그 가족의 복지를 위해 학교, 병원 등 후생시설을 갖춘 단지를 이루고 있고, 여러 개의 초대소를 갖고 있다. 연락소는 남포 청진 해주 원산 등 10여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바깥과는 철저히 단절돼 있다. 일본쪽을 주로 상대하는 청진연락소의 전투원들은 모두 일어에 능통하며 수십시간 물속에서 지낼 수 있는 수영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의 훈련장소는 '방향'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지소(지소)이며 여러 해안 도시에 위치해 있다. 작전이 없을 때에는 어선을 가장해 해상 훈련에 몰두한다.

북한에서는 가족 중 연락소 전투원이 있으면 일가친척이 모두 심리적으로 뿌듯함을 느낀다. 성분에 하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해 이력서에 적어 넣기도 좋다. 전투원 부인들은 가족 경조사 등 바깥나들이가 가능하지만 부부동반해서 연락소 바깥을 빠져나올 기회는 부모 환갑 정도다. 이들은 지시만 받으면 마약밀매든 요인암살이든 해외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잔심부름이든 무엇이든 해낼 준비가 돼 있다. 담보는 목숨이다.

일본 괴선박 사건에서와 같이 전원이 목숨을 잃어 「영웅」이 탄생한 연락소 아파트에는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녀들은 혁명학원에 가고, 부인들은 대개 연락소 내에서 교사나 간호사 등의 안정된 직업을 갖는다. 이것이 북한의 건국 이래 「영웅」이 재생산되는 메커니즘이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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